문 대통령 "저녁 먹으며 논의 이어가자"…黃, 일정 이유로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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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회동 이모저모1년4개월 만에 성사된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간 회동은 예상 시간을 1시간 가까이 넘겨 3시간가량 진행됐다. 오후 7시까지 대화가 오가면서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저녁 식사를 하며 논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했지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후 일정 등을 이유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전했다.
황교안 "세 번째 대표 축하"
심상정 "두 번째입니다"
이날 테이블에 오른 것은 간단한 다과가 전부였다. 회동이 길어지자 메밀차에 이어 우엉차가 제공됐고, 회동 막바지에 과일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줄곧 단독회담을 요구해온 황 대표는 문 대통령과 회동 막판 별도 대화를 나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6시59분쯤 다른 당대표가 나가고 정리되는 분위기에서 황 대표와 문 대통령이 인왕실 앞에 있는 창가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황 대표는 대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잠깐 얘기를 나눈 것”이라고만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분30초가량 대화했다”며 “대화 내용은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두 분 모두 진지한 표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5당 대표 회동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윤 총장 임명안을 재가한 것은 “청와대 회동을 앞두고 일부러 한 조치가 아니며, 관례적 절차에 따랐다”고 해명했다고 정 대표가 전했다.회동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선 서먹한 대화만 오갔다. 황 대표는 지난 13일 당대표에 선출된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세 번째 대표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에 심 대표는 “두 번째입니다”라며 맞받았다. 황 대표가 잘못된 축하 인사를 전한 셈이다.
황 대표는 정 대표에게 “생신이시라고 들었다”며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옆에 있던 심 대표가 “민주평화당만 챙기시나요”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황 대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도 “가끔 (청와대에) 들어오시나요”라며 말을 붙였지만 이 대표는 “네, 당정 회의할 때”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황 대표는 과거 청와대를 방문했던 기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회동에 앞서 정 대표가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것을 보고는 “전화 통화가 가능한가 보죠? 전에는 안 됐던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회동에 앞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은 일본의 수출 제한에 대한 현황을 5당 대표에게 보고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