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유세 '인종차별' 논란에 "내가 한 게 아냐"

"(지지자들) '돌려보내라' 구호 마음에 안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해 거리두기에 나섰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선거유세 도중 지지자들이 '돌려보내라!'는 구호를 연호한 데 대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유세 도중 민주당 유색 여성의원들을 향한 비판에 열을 올렸다. 특히 소말리아계 무슬림인 민주당 일한 오마 하원의원을 집중적으로 비난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돌려보내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미 언론에서는 백인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계획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부터 오마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유색 여성의원 4인방을 상대로 "원래 나라로 가라", "싫으면 이 나라를 떠나라" 등의 인종차별적 공격을 지속해왔다.

지지자들의 호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한 말이 아니다. 그들이 그런 거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왜 호응을 멈추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만하라고) 그랬던 거 같다"고 얼버무렸다.

다음에 지지자들이 그런 구호를 외치면 막겠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회피하다 "그렇게 해보겠다. 분명히 그러겠다"고 마지못해 답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유세장에서 '돌려보내라'는 구호가 울려 퍼질 정도로 인종차별주의가 확대되는 상황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조찬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려를 전달해달라고 청했다.

한편 오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파시스트라고 본다"라며 "이것은 나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이 나라가 어때야 하는지, 이 나라가 어떤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싸움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변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앨 그린 하원의원은 이날 의원 경호 강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오마 의원은 안전이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나는 아니다. 내가 두려운 건 나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안전"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공격이 지속되며 유색인종과 무슬림 등에 대한 증오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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