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성 금리인하' 탄력…FOMC 부의장 "재앙 전 예방 필요"

연준 부의장도 "기다려선 안돼"…"경계 1순위는 무역 불확실성"
시장에는 인하는 기정사실…금리선물엔 0.5%p 인하확률 71% 반영
미국의 핵심 통화정책 입안자들이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일제히 인하론에 힘을 실었다.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가 없는 상황임에도 기업 심리를 위축시키는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제조업 경기둔화, 저조한 미국의 물가 상승을 들어 신속하고 적극적인 선제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재앙이 불거지기를 기다리기 전에 예방적 조치들을 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가동할 수 있는 부양책이 정말로 많을 때에나 경제적 위험 신호가 등장하고 나서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 신속하게 행동하는 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2.25∼2.50%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연준은 제로 수준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를 인상해왔지만 아직 충분히 올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연준의 금리 결정을 경기 대응책으로 본다면 실탄이 부족한 상황으로 평가될 수 있는 셈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기준금리를 비롯한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FOMC는 오는 30∼31일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도 리스크가 증가하는 상황에 따라 이른바 '보험성' 정책으로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날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 인터뷰에서 "금리를 급격하게 내려야 할 만큼 상황이 나빠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면서 "여력이 된다면 경제지표가 변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클라리다 부의장도 윌리엄스 총재와 마찬가지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함께 FOMC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위원 12명(현재 2명 공석)에 포함된다.
연준의 대표적 완화론자로 거론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이날 통상마찰로 인한 불확실성의 타격을 일부 완화하는 데 금리 인하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FOMC 투표권을 가진 불러드 총재는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통상 불확실성은 과거에 상대적으로 낮았고 순위가 낮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선순위로 만들었다"며 "통상 불확실성이 크고 감소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준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근거가 정당한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의견을 밝혔다.

연준 관리들은 오는 20일부터 통화정책에 대한 공식 발언이나 언론 인터뷰가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간다.

그 때문에 현재 나오고 있는 연준 관리들의 발언은 이달 금리 결정 전에 시장에 보내는 일련의 마지막 준비 신호로 관측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이달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인하 폭이 얼마나 될지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연준 정책을 추적하는 CME그룹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이달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확률은 지난 5월 내내 0%에 가까웠으나 6월 말 43%를 지나 이날 올해 최고인 71%까지 치솟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 이날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이 인하 폭을 넓게 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해설했다.

투자회사들 가운데 UBS는 최근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을 연준이 기준금리의 대폭 인하를 통해 경기둔화를 방지하려고 할 것이라는 근거로 제시하며 이달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0일과 11일 각각 미국 하원과 상원에 출석해 미중 무역갈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을 우려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금리 인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주가지수들이 사상 최고 근처에 머물고 있고 최근 노동시장, 물가 상승, 소매판매, 제조업 등에서 미국 경제가 아직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는 게 이런 전망의 근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