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보복 보름] ⑤韓·日·美·中 전문가 '외교 해결'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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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황" 우려 속 각국 이해 따라 구체적 해법은 제각각
美 '정직한 중재자' 역할 강조도
국내외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로 불붙은 한일갈등 상황이 지역정세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며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한·중·일·미 4개국 전문가들은 '벼랑 끝' 구도에 접어든 갈등 양상의 엄중함에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각국의 엇갈린 입장만큼이나 다양한 시각과 해법을 제시했다.
이해당사자인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간 시각차가 가장 도드라졌다.
논의의 출발점부터 달랐다. 한국 전문가들은 '과거사 갈등과 수출규제의 부당성'에 집중한 반면 일본 전문가들은 '대북제재 협력과 동맹국으로서 신뢰 상실'을 거론했다.
외교부 일본 담당 과장 출신인 유의상 식민과냉전연구회 이사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KPF) 주최로 열린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일관계' 포럼에서 "(한국 정부가)'위안부 합의'를 거의 무효화하고, 1965년 협정에 대한 대법원판결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자 아베 정권이 화가 났고, (수출규제는) 화풀이이자 힘 과시"라고 진단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의도와 관련, "한국 산업을 견제할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상시적 '통상무기'를 이번 기회에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해 한국의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하며 "국제 여론전으로 맞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승재 일본 와세다대 미·일 연구소 초빙연구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 한일 갈등의 성격과 본질은 대북제재 및 대중견제를 함에 있어 한국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결과"라고 주장하며 "'징용공 문제'는 표면적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키야마 노부마사(秋山信將)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교수는 "역사 인식 문제가 불거지면서 서로 비난하고 다른 생각을 존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짚으면서도, "일본 입장에서 보면 양국이 공통으로 용인했던 국제법이나 조약 규정에 따라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없는 셈"이라며 한국 측의 책임을 부각했다. '대화'와 '외교'를 강조한 해법 논의에서조차 방향성이 엇갈렸다.
한국 전문가들은 갈등의 해소와 '실리'에 초점을 두고 한국 정부가 일정 부분 부담을 나눠 갖는 방식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 반면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기존의 '합의 정신'을 존중함으로써 무너진 신뢰와 '명분'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일 기업들의 출연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에 더해 한국 정부가 특별법 입법 등을 통해 구제 조치를 하는 이른바 '2+1'(한일 기업+한국 정부)을 제시했다.
남기정 서울대 부교수도 그와 유사한 틀의 '1+1/α' 제안을 해법으로 내놨다.
한일 기업이 기금을 조성하고, 한국 정부가 별도 트랙에서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이행하는 방안이다.
피해 구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한국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것이 제안의 근거다. 반면 이승재 와세다대 연구원은 "대북제재 및 대중견제를 위한 한미일 공조에 한국이 적극적 자세를 보임으로써 동맹국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입구 전략으로 한국 내 일본기업에 대한 자산매각을 중지하고 대북제재에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아키야마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여러 채널을 동원해 대화를 거듭하면서 신뢰를 다시 쌓아 나가는 수밖에 없고, 양국 정치인들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관건은 "(양국이)'합의를 존중하는 정신'으로 되돌아갈 수 있느냐"라고 부연했다. 미국과 중국 측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제3자적' 태도를 견지하며 한일갈등이 역내 안보와 경제 협력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사실상 '동시진행형'인 미중 간 갈등과 견제 구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뤼차오(呂超)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통화에서 "한일갈등은 겉으로 봤을 때는 경제문제로 보이지만 역사적 원인이 큰데, 일본은 역사적인 문제에서 잘못을 진정으로 인정하지 않고 성실히 배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판결은 이치에 맞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일본이 경제 보복을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양비론적 분석을 내놨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은 이번 한일 갈등에 대해 자국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라 관망 자세를 취하면서 기존 원칙인 보호무역 및 상대 제재를 통한 방식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한일 갈등이 마무리될 때까지 누구 편을 드는 입장 표명은 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법과 관련해 뤼차오 연구원은 "중국은 한·중·일 3국 협력 체제 속에서 경제 방면에 더욱더 많은 협력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한일은 여전히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문일현 교수는 "중국은 결국 이번 한일 갈등에 미국이 중재 또는 개입하게 될 것으로 보면서 미국이 어떤 시점에서 역할을 하는지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진 박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조교수도 "상황이 위험해지고 있다.
한일은 북한이나 중국 같은 나라들에 위협당하거나 강요당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양국의 긴장은 그들의 (대북·대중) 포지션을 약화시킨다"며 "미국이 '어니스트 브로커' 역할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솔직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트랙2' 프로세스 같은 것을 통해 건설적이고, 양국의 입장차를 다루는 창의적 방안 마련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한일갈등을 '역사적 갈등에서 비롯된 무역전쟁'으로 규정하고 "미국으로선 강력한 두 동맹국 간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일의 최근 관계 후퇴가 전면적 위기가 되지 않도록 트럼프 행정부가 '어니스트 브로커'(honest broker·중재자) 역할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잠정적 돌파구로 나아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美 '정직한 중재자' 역할 강조도
국내외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로 불붙은 한일갈등 상황이 지역정세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며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한·중·일·미 4개국 전문가들은 '벼랑 끝' 구도에 접어든 갈등 양상의 엄중함에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각국의 엇갈린 입장만큼이나 다양한 시각과 해법을 제시했다.
이해당사자인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간 시각차가 가장 도드라졌다.
논의의 출발점부터 달랐다. 한국 전문가들은 '과거사 갈등과 수출규제의 부당성'에 집중한 반면 일본 전문가들은 '대북제재 협력과 동맹국으로서 신뢰 상실'을 거론했다.
외교부 일본 담당 과장 출신인 유의상 식민과냉전연구회 이사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KPF) 주최로 열린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일관계' 포럼에서 "(한국 정부가)'위안부 합의'를 거의 무효화하고, 1965년 협정에 대한 대법원판결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자 아베 정권이 화가 났고, (수출규제는) 화풀이이자 힘 과시"라고 진단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의도와 관련, "한국 산업을 견제할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상시적 '통상무기'를 이번 기회에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해 한국의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하며 "국제 여론전으로 맞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승재 일본 와세다대 미·일 연구소 초빙연구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 한일 갈등의 성격과 본질은 대북제재 및 대중견제를 함에 있어 한국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결과"라고 주장하며 "'징용공 문제'는 표면적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키야마 노부마사(秋山信將)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교수는 "역사 인식 문제가 불거지면서 서로 비난하고 다른 생각을 존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짚으면서도, "일본 입장에서 보면 양국이 공통으로 용인했던 국제법이나 조약 규정에 따라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없는 셈"이라며 한국 측의 책임을 부각했다. '대화'와 '외교'를 강조한 해법 논의에서조차 방향성이 엇갈렸다.
한국 전문가들은 갈등의 해소와 '실리'에 초점을 두고 한국 정부가 일정 부분 부담을 나눠 갖는 방식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 반면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기존의 '합의 정신'을 존중함으로써 무너진 신뢰와 '명분'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일 기업들의 출연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에 더해 한국 정부가 특별법 입법 등을 통해 구제 조치를 하는 이른바 '2+1'(한일 기업+한국 정부)을 제시했다.
남기정 서울대 부교수도 그와 유사한 틀의 '1+1/α' 제안을 해법으로 내놨다.
한일 기업이 기금을 조성하고, 한국 정부가 별도 트랙에서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이행하는 방안이다.
피해 구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한국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것이 제안의 근거다. 반면 이승재 와세다대 연구원은 "대북제재 및 대중견제를 위한 한미일 공조에 한국이 적극적 자세를 보임으로써 동맹국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입구 전략으로 한국 내 일본기업에 대한 자산매각을 중지하고 대북제재에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아키야마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여러 채널을 동원해 대화를 거듭하면서 신뢰를 다시 쌓아 나가는 수밖에 없고, 양국 정치인들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관건은 "(양국이)'합의를 존중하는 정신'으로 되돌아갈 수 있느냐"라고 부연했다. 미국과 중국 측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제3자적' 태도를 견지하며 한일갈등이 역내 안보와 경제 협력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사실상 '동시진행형'인 미중 간 갈등과 견제 구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뤼차오(呂超)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통화에서 "한일갈등은 겉으로 봤을 때는 경제문제로 보이지만 역사적 원인이 큰데, 일본은 역사적인 문제에서 잘못을 진정으로 인정하지 않고 성실히 배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판결은 이치에 맞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일본이 경제 보복을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양비론적 분석을 내놨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은 이번 한일 갈등에 대해 자국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라 관망 자세를 취하면서 기존 원칙인 보호무역 및 상대 제재를 통한 방식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한일 갈등이 마무리될 때까지 누구 편을 드는 입장 표명은 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법과 관련해 뤼차오 연구원은 "중국은 한·중·일 3국 협력 체제 속에서 경제 방면에 더욱더 많은 협력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한일은 여전히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문일현 교수는 "중국은 결국 이번 한일 갈등에 미국이 중재 또는 개입하게 될 것으로 보면서 미국이 어떤 시점에서 역할을 하는지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진 박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조교수도 "상황이 위험해지고 있다.
한일은 북한이나 중국 같은 나라들에 위협당하거나 강요당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양국의 긴장은 그들의 (대북·대중) 포지션을 약화시킨다"며 "미국이 '어니스트 브로커' 역할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솔직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트랙2' 프로세스 같은 것을 통해 건설적이고, 양국의 입장차를 다루는 창의적 방안 마련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한일갈등을 '역사적 갈등에서 비롯된 무역전쟁'으로 규정하고 "미국으로선 강력한 두 동맹국 간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일의 최근 관계 후퇴가 전면적 위기가 되지 않도록 트럼프 행정부가 '어니스트 브로커'(honest broker·중재자) 역할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잠정적 돌파구로 나아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