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터지는 5G…'전국망 구축' 내년에도 어렵다

5G 가입자 160만명 돌파…네트워크 품질문제 여전
LTE 대비 '인빌딩 중계기' 5배 이상 더 필요할 전망
정부 2022년 5G 전국망 구축 목표…업계와 시각차
휴대폰 대리점 모습(사진=연합뉴스)
"단말기가 싸니까 샀지, 5G 서비스는 제대로 이용해본 적도 없어요." 대구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김진수씨(가명)는 두 달 전 10만원 남짓 비용으로 5G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싼 값에 새 폰을 쓴다는 기쁨도 잠시. 김씨는 두 달 동안 회사와 집에서 5G를 전혀 쓰지 못했다. 출퇴근길에 잠깐 신호가 잡힐 뿐이었다. 김 씨는 "9만원짜리 비싼 (5G) 요금제를 쓰면서 LTE(롱텀에볼루션) 우선모드로만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가 상용화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품질에 대한 이용자들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거액의 보조금 살포로 이용자 수는 빠르게 늘었다. 하지만 커버리지(서비스 범위)가 턱없이 부족하다. 기지국 전파가 닿지 않는 실내(인빌딩)는 시도조차 어렵다. 업계는 2022년에야 전국망을 갖춘 5G 서비스가 건물 내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할 것으로 전망했다.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의회(GSMA)가 지난달 말 추산한 전세계 5G 가입자 수는 213만명이다. 한국이 164만8000명으로 77%를 차지했다. 미국, 스위스, 영국 등 11개국 20개 통신사가 한국의 뒤를 이어 5G를 상용화했지만 국내 5G 가입자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5G 상용화 경쟁 끝에 지난 4월3일 오후 11시 세계 최초로 5G를 개통했다. 이후 69일 만에 가입자 수 100만명을 기록, 연내 300만명을 돌파가 예상된다. 이동통신3사가 보조금 경쟁에 나선 영향이 컸다. 통신사들은 최대 70만원의 공시지원금과 함께 불법 소지가 있는 판매장려금까지 투입했다. 고가 요금제와 연계한 '공짜폰' 판매, 20만~30만원에 달하는 페이백(현금을 되돌려주는 행위)이 성행했다.

하지만 정작 네트워크 품질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커버리지 부족에 따른 것으로 상용화 초기부터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다. 5G 속도 전쟁, 품질 경쟁이 불붙으면서 통신사들이 앞다퉈 기지국을 세우고는 있으나 여전히 기지국이 부족하다. 'LTE 우선모드'가 5G 시대의 현주소란 웃지 못할 얘기도 나온다.실제로 지난달 21일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된 전국의 5G 기지국은 6만2641개로 집계됐다. LTE 기지국(87만개)의 7%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지방과 실내의 네트워크 품질은 더 나쁘다. 전국에 설치된 5G 장치 중 약 60%(8만8746개)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세종, 제주, 울산 등 지방은 1~6% 수준에 불과했다. 5G 네트워크 구축이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지역불균형을 초래한다는 불만까지 흘러나온다.

5G 네트워크 통신은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더 자주 끊기고 있다. 때문에 이통3사는 인빌딩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장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빨라도 내년 중순이나 연말이 되어야 일부 건물 내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과기정통부는 5G 전국망 구축 완료 시점을 오는 2022년으로 잡고 있다. 통신업계는 이보다 빠른 2020~2021년에 전국망 구축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약 1년6개월 가량 걸린 LTE 전국망 구축보다 시간이 2배 가까이 소요된다.

이는 5G 주파수의 특성에 기인한다. 5G는 고주파 대역을 사용해 직진성이 강한 반면 회절성이 약하다.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 우회가 어렵다. 업계는 5G 인빌딩 중계기가 LTE보다 5배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통사 관계자는 "5G 네트워크를 LTE 수준 만큼 끌어올리려면 LTE보다 더 많은 기지국 설치가 필요하다. 인빌딩의 경우는 장비 구축에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짐작하기 어렵다"면서 "네트워크 품질 향상을 위해 이통사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국망 구축이나 인빌딩 장비 구축을 내년에 완료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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