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기업 공동 배상에 韓정부도 참여…'투 트랙'이 해법"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세미나
강제징용 배상 두고 의견 엇갈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진단과 대응 세미나’를 열었다. 왼쪽부터 발제자인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회를 맡은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일본 수출 규제의 배경이 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방안을 두고 국내 전문가들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19일 개최한 ‘일본 수출 규제 진단과 대응’ 세미나에서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일방적으로 강화했다. 배경으로는 지난해 말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이 지목된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것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뒤집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이날 세미나에서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는 “청구권 협정은 과거사 문제를 명확히 다루지 않고 회피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100년을 위한 남·북·일 공동선언’을 제안했다. 남 교수는 “명백한 법률적 용어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며 “대신에 그간 일본이 과거사 처리를 위해 해온 노력이 실질적 배상에 해당한다고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한·일 기업의 배상과 병행해 한국 정부가 책임을 이행하는 ‘투 트랙 해법’을 제안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서는 청구권 배상금으로 성장한 한국 기업과 한국 정부가 함께 기금을 조성해 배상하고,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을 열어두자는 것이다. 남 교수는 “강제동원 문제의 1차적 책임은 일본 정부와 기업에 있다”면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고, 임시정부 법통을 이어받은 한국 정부에도 그 책임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제동원 문제에 관한 한 한국 정부나 기업은 법적 책임이 없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승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는 현재 960명 정도”라며 “평균 1억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이 선고된다면 일본 기업이 지급해야 할 금액은 약 960억원으로, 일본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삼권분립을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향후 일본이 ‘복합전술’을 펼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남 교수는 “일본의 경제 조치에 정치적 압박이 병행될 수 있다”며 “예컨대 대북 제재 유지를 요구하면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견제하는 국제 여론전을 전개해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파탄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