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의 도 넘은 무례…남관표 대사 말 끊고 "韓 무례" 대놓고 비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9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남 대사의 모두발언 도중 말을 끊고 반박하는 등 외교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남 대사를 도쿄 외무성으로 불러 일본이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이날 초치 자리는 양국 정부 합의로 모두발언이 취재진에 공개됐다. 양측은 한 차례씩 모두발언을 하기로 했다.고노 외무상은 이날 이례적으로 긴 모두발언을 하며 한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남 대사는 뜻을 잘 전달하겠다고 하고 한국 정부의 구상을 설명하려 했다. 그러자 고노 외무상은 불만 섞인 목소리로 “잠깐만!(좃토 맛테 구다사이)”을 외치며 남 대사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이어 “한국 측 제안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극히 무례하다”며 거친 어조로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고노 외무상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양측이 한 차례씩 모두발언을 하기로 한 합의에 어긋난 것이다. 일본 외교 수장의 노골적인 무례에 남 대사의 얼굴도 붉게 달아올랐다.

고노 외무상의 ‘끼어들기 발언’ 후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취재진에 회의실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남 대사는 취재진 앞에서 고노 외무상의 발언에 대한 재반박 기회를 놓쳤다. 일본 외교가에선 고노 외무상이 의도적으로 이같이 끼어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작년 10월 이수훈 당시 대사 초치 때에도 고노 외무상의 발언이 끝난 직후 이 대사가 말을 시작한 상황에서 취재진의 퇴실을 요청하는 결례를 저지른 바 있다. 고노 외무상은 작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일본제철(옛 신닛테쓰스미킨)에 대해 강제징용 손해배상을 명령한 판결을 내린 직후 이수훈 당시 대사를 초치했을 때는 악수하지 않았다.지난 12일 일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한·일 무역당국 간 실무협의 때는 창고 수준의 회의실로 부르는 등 대놓고 한국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당시 회의실은 테이블과 의자가 한쪽에 포개져 있고 책상과 의자만 덩그렇게 놓인 창고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