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결승골' 김승대, 스피드 선택한 전북의 '모범답안'

이적 후 데뷔전서 최종 수비라인 뚫고 결승골 폭발
유니폼 색깔이 초록색으로 변했지만 김승대(28)는 여전히 수비라인을 좌절시키는 '라인 브레이커'였다. 그리고 김승대는 '높이 대신 스피드'를 선택한 전북 현대의 모범 답안임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하나원큐 K리그1 2019 22라운드가 펼쳐진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전북과 서울의 이름을 따서 '전설 매치'로 불린 이번 경기는 후반기 최고 빅매치로 손꼽히며 올해 K리그1 경기에서 두 번째로 많은 2만8천518명의 팬이 들어찼다.

경기는 팬들의 관심만큼이나 뜨거웠다. 양 팀을 합쳐 6골이나 쏟아질 정도로 화끈한 공격 축구가 펼쳐졌고, 전북이 4-2로 승리하며 선두 질주를 이어갔다.

이번 경기는 '현직 수비수'와 '수비수 출신 공격수'가 나란히 멀티골을 터트리는 예상 밖의 전개로도 팬들을 흥분시켰다.

전북의 중앙 수비수 홍정호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변신한 서울의 박동진이 2골씩 기록했다. 2-2의 팽팽한 접전 속에 무승부의 기운이 퍼질 즈음 전북의 '이적생' 김승대가 마침내 일을 터트렸다.

17일 포항 스틸러스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김승대는 18일 팀에 합류해 경기 전날 처음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날 경기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투입된 김승대는 후반 31분 로페즈의 침투 패스를 받아 서울의 수비라인을 뚫고 빠르게 쇄도한 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결승골을 꽂았다. 김승대는 이적 이후 전북 유니폼을 입고 처음 출전한 경기에서 첫 번째 슈팅을 결승골로 만드는 기쁨을 맛봤다.

전북은 로페즈의 쐐기골까지 이어지면서 4-2로 승리, 11경기(8승 3무) 연속 무패 행진으로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김승대의 영입은 전북이 조제 모라이스 감독의 면밀한 검토 끝에 성사됐다.

키 198㎝의 '장신 골잡이' 김신욱이 상하이 선화(중국)로 이적하면서 모라이스 감독은 지체 없이 김승대를 선택했다.

김승대는 김신욱의 등번호인 9번도 이어받았다.

전북은 그동안 김신욱과 이동국이 중심이 된 '높이와 힘'의 축구를 구사했다.

하지만 문선민의 영입을 필두로 스피드와 돌파가 좋은 선수들로 공격의 컬러를 바꿔나갔고, 김승대의 영입을 통해 '공격진 퍼즐'을 완성했다.
김승대는 로페즈가 볼을 잡는 순간 사이가 벌어진 서울 수비진의 공간을 빠르게 관통하며 패스를 이어받았다.

자신의 장점인 '라인 브레이킹'을 제대로 보여주며 데뷔전 결승골을 잡아냈다.

전북으로서도 포항에 지불한 12억원의 이적료가 아깝지 않은 좋은 장면이었다.

김승대는 경기가 끝난 뒤 방송 인터뷰를 통해 "첫 그림이 잘 그려져서 좋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모라이스 감독님이 후반에 교체를 준비하라고 말씀하셨다.

선수들이 나의 장점을 봐와서 그런지 많이 도와줬다"라며 "골 넣고 이겨서 첫인사를 화려하게 했다"고 기뻐했다.

김승대는 "감독님도 수비 걱정하지 말고 공격만 하라고 하셔서 부담이 덜 됐다"라며 "전북은 선수들이 1대1 싸움은 물론 팀을 위한 싸움에서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부분들이 뭉치다 보니 시너지가 생겨 좋은 플레이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