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귀신폭탄' 비격진천뢰, 보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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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진주박물관서 특별전1592년 9월 8일 밤. 경주성 성벽 아래에 은밀하게 잠복한 조선군은 발사기에 둥근 쇳덩이를 넣은 다음 성을 향해 발사했다. 성안의 왜적은 “이게 뭐지?” 하며 성안 곳곳에 떨어진 둥근 쇳덩이 주위에 모여들었다. 만져보기도 하고 굴려보기도 할 즈음 굉음과 함께 쇳덩이가 폭발하면서 그 안에 든 쇳조각이 별처럼 흩어져 적병 수십 명이 즉사했다.
현존 16점, 완구 3점 등 총집합
선조실록이 전하는 임진왜란 당시 경주성 탈환의 기록이다. 이 쇳덩이는 바로 조선의 비밀병기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였다. 1591년 화포장(火砲匠) 이장손이 발명한 비격진천뢰는 우리나라 최초의 작렬(炸裂) 시한폭탄이다. 목표 지점에 떨어진 뒤 일정 시간이 지나서 터지는 최첨단 무기였다. 일본은 물론 명나라도 몰랐던 무기여서 임진왜란과 함께 등장한 비격진천뢰는 ‘비밀병기’ ‘귀신폭탄’ 등으로 불렸다.지난 16일 임진왜란 전문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개막한 조선무기 특별전 ‘비격진천뢰’는 지금까지 발견된 비격진천뢰 16점과 발사장치인 완구(碗口) 3점 등 현존하는 유물을 한 자리에 모아 보여준다.
비격진천뢰는 그 독창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전해지는 유물이 많지 않았다. 창경궁에서 발견돼 보물 860호로 지정된 비격진천뢰 등 5점이 전부였다. 그러다 지난해 전북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사적 346호)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11점이 무더기로 출토돼 관심이 집중됐다. 출토된 비격진천뢰의 과학조사와 보존처리를 맡은 진주박물관은 그간의 성과를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전시는 비격진천뢰를 3개의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 ‘징비록’ ‘향병일기’ ‘조선왕조실록’ 등은 물론 19세기 조선 침략을 미화하는 일본의 시각에서 쓴 ‘정한위략’ 등의 문헌을 통해 비격진천뢰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 비격진천뢰 제작과 조립 과정도 복원해 영상 및 복원품으로 소개한다. 특히 보존처리 과정에서 확인한 비격진천뢰 뚜껑의 형태와 잠금 방식, 폭탄 두께에 숨겨진 폭발의 비밀 등이 흥미를 더한다. 전시는 내달 25일까지.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