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화이트리스트서 한국 제외하면 양국 관계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

'한국통 日 학자'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이번 한-일 충돌의 본질은
美·日 편이냐, 중국편이냐
일본이 한국에 묻고 있는 것"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사진)는 “23, 24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다음달 15일 이후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양국 관계는 전망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내 대표적 ‘한국통’ 학자로 꼽히는 후카가와 교수는 지난 19일 도쿄 일본국제문제연구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한·일 관계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으로 들어간 만큼 과거 경험에 근거한 예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그는 “이번 충돌은 일본이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 ‘끊임없이 요구 조건을 바꿔왔고, 합의를 뒤집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국이 일본에 ‘결정이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일본도 섣불리 타협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은 ‘신뢰를 잃었고 믿을 수 없게 됐다’는 메시지를 한국에 전하고 있다”며 “징용공 문제는 교과서나 위안부 같은 다른 역사 문제와는 완전히 다른, 한·일 관계의 근본 틀을 건드리는 사안임에도 (한국이) 일반적인 문제 처리하듯 취급해 일본을 분노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운동권 출신이 잔뜩 포진한 한국 정부가 도덕주의에 입각해 변호사처럼 행동하고 있고, 일본 정부도 법적인 논리만으로 대응하려고 하는 탓에 비즈니스맨 식의 타협이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점쳤다.그는 “최근 한·일 간 충돌은 일본이 한국에 글로벌 정치·경제 무대에서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는 결별의 각오까지 전한 것인 만큼 단기간에 끝나긴 힘들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입장차가 계속해서 커지면 일본은 언제든 한국에 ‘사요나라(안녕)’라고 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은 미국과 함께 결속해서 첨단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에 맞선다는 태도를 분명히 보여왔지만 최근 화웨이 사태 대처를 보면 한국은 미·일 노선에서 분명히 벗어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한국에 ‘미·일 편이냐 아니면 중국 편이냐’를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간 대립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적 충격에 대해선 “양국의 경제 규모와 상황이 다르기에 충격의 크기도 다르다”며 “덩치가 작은 한국이 최근 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경제 상황마저 좋지 않아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일본의 추가 공세 카드에 그는 “일본은 게이단렌 같은 민간 조직이 산업별로 잘 갖춰져 있다”며 “이런 조직들이 정부 움직임에 동참하면 정부는 한두 개 카드만 꺼내도 공격 수단이 10개, 100개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