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서 돈 빼내 머니마켓펀드로"…설정액 120兆 돌파

이달에만 16兆 넘게 흘러들어가
고객예탁금은 3조원 넘게 줄어
대표적인 부동자금 ‘피난처’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에 이달 들어 16조원의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설정액이 12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여건이 좋으면 언제든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3조원 넘게 줄었다.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증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주변 자금은 메말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MMF 설정액은 120조1801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소재 수출 규제 방침을 공식 발표한 지난 1일 MMF 설정액은 104조618억원이었다. 보름 만에 16조1183억원 늘어났다. MMF 설정액이 120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8월 29일(120조7620억원) 이후 11개월 만이다.

MMF는 만기 1년 이내 국공채나 기업어음 등 단기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어 투자자들이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할 때 자금을 잠시 넣어두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주식시장에 언제든 유입될 수 있어 ‘대기성 자금’으로 통하는 고객예탁금은 이달 초 27조4384억원에서 23조9065억원으로 3조5319억원 감소했다. 고객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자금이다. 예탁금 감소는 증시 주변에 머물러 있던 자금이 이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개인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 잔액은 17일 기준 9조9944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2월 11일(9조9942억원) 이후 10조원 이상을 유지해 오다가 이달 11일(9조9229억원)부터 9조원대로 내려섰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불확실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한·일 간 외교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