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국가 제외" vs "GSOMIA 검토"…韓日갈등 장기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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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양국 원하면 관여가능" 발언 후 볼턴 日·韓 연쇄 방문
ARF 등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 대화 기회 잇달아…"개최여부 조율중"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양국 간 갈등이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고 이달 초 단행한 일련의 조치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집결을 위한 것으로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그러나 선거가 열리는 이날까지 그런 기류는 찾아보기 어렵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지난 19일 '참의원 선거 후에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아니다"라고 답했고, '장기전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실제로 일본은 이달 초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데 이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추가 보복까지 시사한 상황이다.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배제하는 법령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은 이달 24일까지로, 일본은 의견수렴을 마치는 대로 각의를 거쳐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사이에 개정안을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보복성 조치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지난 19일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다룰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으며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한 뒤 담화를 발표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혀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노 외무상의 담화 발표를 계기로 청와대 내부에서도 강경 대응 기류가 감지됐다.
특히 다음달 24일까지 연장 여부를 정해야 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경제 보복 조치의 맞대응 카드로 쓸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고노 외무상의 담화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협정 파기 가능성이 검토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아직 아무 결정이 내려진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전했다.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일 양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23∼24일(현지시간)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다시 한번 치열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이번 회의 의제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포함돼 있으며, 한국 정부는 이번 이사회에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인사를 보내 일본의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내포한 문제점을 알리는 한편 일본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미국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1∼14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행정부, 의회 인사들을 만나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설명했다며 "미국 측 인사들은 예외 없이 이런 입장에 공감했다"고 취재진에 밝힌 바 있다.
지난 17일 방한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외교부에서 김 차장, 강경화 장관, 윤순구 차관보 등과 만난 뒤 "미국은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으로서 이들의 해결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23∼24일에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일본에 들렀다가 한국을 방문하는 만큼 이를 계기로 한일 양국간 접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이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한일 갈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사실은 한국 대통령이 내가 관여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며 "아마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원할지라도, 일본 정부가 원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다음 달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일뿐만 아니라 한미일 외교장관이 회동할 가능성이 있어서 이 자리에서 3개국이 만나 한일 갈등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또 다음달 중국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세 나라가 최종 조율하고 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나온 만큼 여기서도 한일 외교장관이 얼굴을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ARF와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등을 계기로 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조율 중"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일본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일 양국이 접점을 빨리 찾지 않으면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와 총리실 등 신뢰할 수 있는 채널을 최대한으로 가동해 접점을 찾아 나가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ARF 등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 대화 기회 잇달아…"개최여부 조율중"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양국 간 갈등이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고 이달 초 단행한 일련의 조치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집결을 위한 것으로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그러나 선거가 열리는 이날까지 그런 기류는 찾아보기 어렵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지난 19일 '참의원 선거 후에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아니다"라고 답했고, '장기전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실제로 일본은 이달 초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데 이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추가 보복까지 시사한 상황이다.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배제하는 법령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은 이달 24일까지로, 일본은 의견수렴을 마치는 대로 각의를 거쳐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사이에 개정안을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보복성 조치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지난 19일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다룰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으며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한 뒤 담화를 발표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혀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노 외무상의 담화 발표를 계기로 청와대 내부에서도 강경 대응 기류가 감지됐다.
특히 다음달 24일까지 연장 여부를 정해야 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경제 보복 조치의 맞대응 카드로 쓸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고노 외무상의 담화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협정 파기 가능성이 검토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아직 아무 결정이 내려진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전했다.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일 양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23∼24일(현지시간)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다시 한번 치열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이번 회의 의제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포함돼 있으며, 한국 정부는 이번 이사회에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인사를 보내 일본의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내포한 문제점을 알리는 한편 일본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미국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1∼14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행정부, 의회 인사들을 만나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설명했다며 "미국 측 인사들은 예외 없이 이런 입장에 공감했다"고 취재진에 밝힌 바 있다.
지난 17일 방한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외교부에서 김 차장, 강경화 장관, 윤순구 차관보 등과 만난 뒤 "미국은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으로서 이들의 해결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23∼24일에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일본에 들렀다가 한국을 방문하는 만큼 이를 계기로 한일 양국간 접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이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한일 갈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사실은 한국 대통령이 내가 관여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며 "아마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원할지라도, 일본 정부가 원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다음 달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일뿐만 아니라 한미일 외교장관이 회동할 가능성이 있어서 이 자리에서 3개국이 만나 한일 갈등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또 다음달 중국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세 나라가 최종 조율하고 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나온 만큼 여기서도 한일 외교장관이 얼굴을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ARF와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등을 계기로 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조율 중"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일본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일 양국이 접점을 빨리 찾지 않으면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와 총리실 등 신뢰할 수 있는 채널을 최대한으로 가동해 접점을 찾아 나가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