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선거 승리 유력한 日아베, '아베 1강' 주도권 유지

자민·공명 여권, 과반획득 전망…개헌세력 개헌발의선 확보는 미정
'한국 때리기' 일정 부분 성과 본 듯…공적연금·소비세 인상 등 이슈 묻혀
야권 존재감 부족…아베, '정권운영 구심력' 갖고 '보복 조치' 계속 가능성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승리는 '한국 때리기' 등으로 '강한 일본'을 과시하는 전략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참의원 선거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NHK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권당인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 등 여권은 선거 대상 124석의 과반인 67∼77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대상 의석의 과반, 선거 대상이 아닌 선거구를 포함한 전체 참의원 의석의 과반을 승패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무난히 두 가지 기준 모두 달성해 승리할 전망이다.

다만 NHK는 자민·공명 양당에 일본 유신회 등을 합쳐 헌법 개정에 우호적인 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76∼88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해 개헌 세력이 개헌발의선을 확보할지는 최종 개표가 끝나야 확인될 수 있을 것 같다.개헌 세력이 개헌발의석(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려면 이번 선거에서 85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

만약 이에 못 미치면 아베 정권의 승리는 '절반짜리'로 평가가 낮아질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데에는 선거전에서 아베 총리의 외교 능력을 과시하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자민당은 유세 과정에서 이번 선거를 앞두고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까지는 석 달 연속 미일 정상회담을 마련하며 미일간 '동맹'을 강조했고, 아베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브로맨스'도 부각했다.

아베 정권의 외교 성과를 강조하는 전략에서 중심에 있던 것은 '한국 때리기' 전략이다.아베 정권은 2년 전인 2017년 중의원 선거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강조한 '북풍(北風)' 전략을 써서 낙승을 거뒀는데, 이번에는 한국에 대해 '보복조치'를 나서면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전략을 사용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면서 선거용이기는커녕 보복조치도 아니라고 딴청을 피우고 있지만, 자민당은 후보자나 선거운동원 등에게 유권자들을 만날 때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언급하라는 조언을 지침으로 내놓으며 한국에 대한 보복을 선거에 활용할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놓은 시점은 이번 선거의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4일이기도 했다.

선거 운동 기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한국을 향한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지난 18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남 대사의 발언 중간에 말을 끊고 '무례하다'는 말을 한 것도 돌발 행동이 아니라 계산된 액션이라는 분석이 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전략이 유권자의 표심에 얼마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선거 운동 기간 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사그라지는 데에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청이 '노후에 2천만엔(약 2억1천710만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낸 뒤 공적연금의 보장성 문제가 논란이 됐고, 오는 10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경기 악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런 이슈들은 한국 관련 이슈에 묻혀 부각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야권이 자민당의 대안 세력이 되지 못하는 상황도 자민당의 승리에 기여했다.

한때 집권까지 했던 구 민주당(민진당) 세력이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으로 쪼개진 상황에서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강한 리더십을 갖추며 아베 정권에 대항하는 야당을 찾지 못했다.
이들 두 야당을 비롯해 공산당, 사민당 등 야권은 1인 소선거구를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긴 했지만,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부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교도통신은 이날 선거 결과와 관련해 "여권의 승리의 커다란 원인은 강력한 야당의 부재와 (선거에 대한) 여론의 낮은 관심으로, 유권자들의 (여당에 대한) 지지가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사람의 40∼50%는 '다른 적당한 인물이 없다'고 답했다"며 "선택지 부재라는 정치 상황이 '아베 1강(强)'을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자민당은 정권 운영의 구심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아베 정권은 지지층인 보수층을 자신의 편에 묶어둔 채 개헌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추가 보복 조치 등으로 '한국 때리기'를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