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카고대학병원 의료과실 인정, 31억원 배상 합의

60대 여성, 심장 검사 과정에서 동맥 파열 사망
미국 최고 의료기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시카고대학병원이 의료 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음을 인정하고 260만 달러(약 31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시카고대학병원은 지난 2014년 7월 심장 정기 검진 도중 동맥 파열로 사망한 시카고 남서 교외도시 주민 새라 크레이튼(사망 당시 61세)의 딸이 시카고대학병원과 전문의 마디 곰버그-메이트랜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5년 만에 합의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21일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은퇴한 우편 배달부 크레이튼은 가끔 호흡이 가쁘긴 했으나, 당시 직접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가면서 '건강 확인 차원'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사는 정밀 검사를 지시했고, 검사 과정에서 장골(엉덩뼈) 동맥에 구멍이 생겨 내출혈로 수일 후 숨졌다. 딸 샤모나 니콜스는 소송을 제기했고,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5월, 시카고대학 측과 담당 의사에게 300만 달러(35억 원) 배상 평결을 내렸다.

이어 시카고대학 측은 지난 주 담당 의사에 대한 혐의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니콜스에게 260만 달러를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담당 의사는 "심장 기능 검사에서 크레이튼이 6분에 걸친 워킹 스트레스 테스트(walking stress test)를 통과하지 못해 입원과 함께 다음날 심도자 검사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심도자 검사는 서혜부(사타구니)의 큰 혈관에 직경이 가는 플라스틱관을 삽입, 심장 내 압력 및 산소 포화도 등을 측정하고 X선 조영제를 주사해 심장과 혈관의 형태를 촬영한다.

니콜스의 변호인은 "장골 동맥에 구멍이 나면서 발생한 출혈이 하복부에 고였다"면서 "동맥을 손상시킨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았을 수 있으며, 혈관 손상 직후 의사는 수술을 통해 구멍을 메우거나 스텐트(stent)를 삽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사는 동맥을 복구하려 시도하다 대신 혈액 응고제를 주입했다. 크레이튼은 입원 사흘만인 2014년 7월 11일, 스스로 차를 몰고 퇴원했으나 다음날 자택 침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애드보킷 크라이스트 메디컬 센터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의료진은 크레이튼에게서 내출혈을 확인했고 출혈을 막기 위해 스텐트를 삽입했으나 생명을 구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크레이튼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음날 숨졌다.

담당의 곰버그-메이틀랜드는 재판에서 "크레이튼이 폐 고혈압(PH) 등 만성 질환이 있었다"며 "최선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심도자 검사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니콜스는 "어머니가 건강이 매우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은퇴 후 삶을 즐길 수 있는 상태였다"며 "활동적이고, 여행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카드 게임을 할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조직개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카고대학병원 측은 이번 합의에 대한 입장 공개를 거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