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OMIA 연장·호르무즈 파병 금주 분수령…軍, 볼턴과 논의

국방부 "한일군사보호협정 유지 입장이지만, 상황변화 주시"
4천400t급 구축함 1척 파병시 국내여유 빠듯…차기호위함도 거론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라 연장 여부가 최대 관심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비롯해 미국이 동맹국에 희망하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금주가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현재 일본에 있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오는 23일 한국을 방문, 다음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면담하고 이들 문제를 논의할 것이 확실시되면서다.

국방부는 22일 정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면담 때 GSOMIA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파병 논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군 관계자들은 파병 문제가 언급될 것으로 내다봤다.미국 정부는 한국이 GSOMIA를 계속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경계 활동에 한국의 동참을 바라고 있다.

정부도 두 이슈에 대해서는 미측 입장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GSOMIA에 대해서는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의 '대응카드'로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볼턴 보좌관이 오는 24일 정 장관을 면담할 때 제시할 미국의 입장이 그래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측은 최근 한국의 외교 당국에 "GSOMIA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언급을 했고,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이메일 질의에 "연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미측이 GSOMIA가 한미일 군사협력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미측은 그간 한미안보협의회(SCM)와 한미 국장장관회담 등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해오고 있다.

볼턴 보좌관이 정 장관을 비롯해 정부 외교안보라인 고위 인사들과 만날 때 'GSOMIA 유지'를 희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측이 볼턴 보좌관의 방한을 계기로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GSOMIA의 계속 유지를 위해 일본 측의 전향적 자세 등을 촉구한다면 앞으로 정부가 외교전을 펼쳐 나가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방부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볼턴 보좌관에게 2016년 11월 GSOMIA 체결 이후 한일간 북한 핵·미사일 정보공유 현황과 GSOMIA 파기 때 가져올 부작용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극한 대치 국면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한일 양국의 중재자로 미국이 나서도록 움직이기 위한 일종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로 읽힌다.

정부가 GSOMIA를 유지한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고위 당국자들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정보의 효용성 등을 하나하나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9일 청와대 정례브리핑 때 "이 협정(GSOMIA)을 통해 일본과 교환하는 정보를 객관적 관점에서 질적·양적으로 살펴볼 것이며, 이 협정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들여다보겠다"며 "이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유지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다만, 향후 한일 간의 상황 변화 등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GSOMIA에 따라 2017년 8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진 '화성-12형', 그해 11월 29일 새벽 발사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낙하한 '화성-15형' 탄도미사일 분석 정보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잠수함 기지 동향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동향에 관한 정보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에는 북한의 6차 핵실험 분석 정보도 전달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들은 이들 정보가 상당히 유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민간 전문가와 학자 등이 가세해 그간 받은 정보를 질적 측면에서 평가하면 의외로 별게 아닐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볼턴 보좌관은 정 장관 면담에서 미국이 동맹으로 이뤄진 연합체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경계 활동을 할 것이란 구상과 함께 한국의 파병 문제를 공식 제기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미국 측은 파병국이 5함대가 주력인 미국 함정 주변에서 미국 함정과 자국의 민간선박을 호위하는 것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한국 등 자국 주재 60여 개국 외교단을 불러모아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위한 브리핑을 열고 각국에 호위연합체 동참 요구를 본격화하겠다는 신호를 발신한 바 있다.
국방부는 그간 미측이 연락단 규모 파견을 요청할지, 군함 파병을 요구할지 등을 놓고 대응책을 논의해왔다.

전반적인 기류는 미측의 요청이 있으면 파병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만, 국외 파병을 위해서는 4천400t급 한국형 구축함(DDH-Ⅱ)이 필요한 데 해군에는 6척이 있다.

1척은 청해부대로 아덴만에서 활동하고 있다.

청부부대 구축함은 6개월 단위로 교대하는데 연간 3척이 소요된다.

교대를 위해 움직이는 거리와 수리 기간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청해부대 1척을 가동하려면 연간 3척의 동급 구축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해부대 소요 3척을 제외하면 3척이 남는다.

해군사관생도 순항훈련과 하와이 연합해상훈련(림팩) 등의 참가를 위해 2척이 필요하다.

그러면 1척이 남는데, 북방한계선(NLL)과 이어도 등의 해상 감시활동에 투입하려면 빠듯한 실정이다.

지난달 15일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목선 사태로 혼쭐이 난 해군은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군 일각에서는 인천함급(2천300t급) 차기호위함(FFG)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 함정은 길이 114.3m, 폭 14m, 최대 속력 30노트(시속 55.5km)로 해상작전 헬기를 탑재할 수 있다.

인천함급을 투입한다면 천지함급(4천200t급) 군수지원함 또는 1만t급 군수지원함 '소양함'을 함께 보낼 수도 있다.

천지함급은 3척이 있고, 소양함함은 최근 작전 배치됐다.군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파병 요청이 있으면 청해부대 작전구역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그러나 청해부대의 역할도 막중한 만큼, 현재로선 추가로 1척을 파병하는 방안이 더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