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싸움' 벌이면서도 '합의이혼'도 못하는 바른미래당의 난처한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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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다다른 당권파-손학규 퇴진파, 몸싸움까지바른미래당 내부 갈등이 막다른 길로 치닫는 양상이다. 손학규 대표 측 ‘당권파’와 유승민·안철수계의 ‘손 대표 퇴진파’간 내부 갈등은 손 대표가 작년 9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직후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4·3 창원성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수면 아래로 들어갔던 내홍은 선거 참패 이후 더 심화됐다.
정치권 새판짜기 그림 안 그려져 헤어지지도 못해
‘퇴진파’는 손 대표가 선거 참패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손 대표가 거부하면서 양측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22일엔 최고위원 회의에서 육탄전까지 벌어지면서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관측까지 나온다.이날 충돌은 유승민 의원 등 손 대표 퇴진파가 당 혁신위원들에게 퇴진 안건 상정을 지시했다는 임재훈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을 놓고 벌어졌다. 손 대표는 “(임 사무총장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유 의원에게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퇴진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혁신위 재개를 주장하며 장기간 단식까지 하는데, 당 대표와 지도부가 유야무야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정면 반박했다. 역시 퇴진파인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는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며 임 사무총장의 즉각적인 해임을 요구했다.
임 사무총장은 “당내 유력인사가 혁신위원장을 따로 만나는 것은 혁신위 독립성 침해로 보일 소지가 다분하다”며 유 의원에게 혁인위원들과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책상 내리치는 소리와 삿대질, 말싸움,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최고위원 회의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이게 무슨 당이냐” 는 고성도 나왔다. 몸싸움 과정에서 한 혁신위원이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바른미래당은 분당 상태와 다름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양측은 이제 갈라설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유승민 의원 등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뛰쳐나와 만든 바른정당과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해 창당했던 국민의당이 2018년 1월 합당해 탄생했다. 자강파인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가 한편(퇴진파)이 되고 제3지대 ‘빅텐트’론을 펴는 국민의당 호남계(당권파)가 사사건건 부딪혀왔다.이들이 함께 살기 힘들 지경에 처해있으면서도 ‘합의이혼’조차 못하는 이유가 뭘까. 정치권 전반의 정계개편 흐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새판짜기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분당을 하게 되면 당장 교섭단체 지위(의석 20석 이상 보유)를 잃게된다. 이는 정당의 힘 약화를 뜻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광야에 홀로 나설 용기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연대 대상이 되는 다른 당 사정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유승민·안철수계와 한국당과의 통합 또는 연대 얘기도 나오지만, 한국당 사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국당 친박근혜계는 당을 뛰쳐나간 바른정당계 의원들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들은 제3지대 신당을 추진하는 민주평화당 당권파들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민주평화당 내부 정리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강론이든, 제3 신당이든 이를 주도하고 이끌만한 대선주자급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것도 혼선을 거듭하는 이유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