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61세 루게릭병 환자, 첫 국회 진출…"지금부터가 승부"(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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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출규제 선봉' 세코 경제산업상 참의원 5선 성공
'NHK로부터 국민 지키는 당' 다치바나 대표도 당선
사민당 정당 유지 확정…'포스트 아베' 기시다파 약화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루게릭병(ALS·근 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가 국회에 처음 진출하게 됐다. 2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올해 4월 창립된 정치단체 '레이와신센구미'(れいわ新選組)는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2석을 획득했다. ALS 환자인 후나고 야스히코(船後靖彦·61·남) 씨와 중증 장애가 있는 기무라 에이코(木村英子·여) 씨가 주인공이다.
후나고 씨는 21일 도쿄도(東京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호자(介護者·환자나 노약자를 곁에서 돌보는 사람)를 통해 "약하게 보이지만 근성만은 남보다 2배"라며 "필사적이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지금부터가 승부"라고 결의를 다졌다.
일본ALS협회에 따르면 ALS 발병 후 입후보자로 나서 국회의원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상사맨 출신인 후나고 씨는 1999년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꼈고 이듬해 ALS 판정을 받았다. 도쿄신문은 그가 손발을 움직일 수 없고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공 호흡기 등을 장착, 휠체어로 도움을 받아 이동한다.
눈으로 문자판을 응시해 이를 개호자가 읽어내고 있으며 치아로 센서를 물어 컴퓨터를 조작, 의사를 전달한다. 현재 개호 서비스회사의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환자 입장에서 대학에서 강연도 한다.
2014년 지바(千葉)현 마쓰도(松戶)시에서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사람의 가치를 '생산성'으로 측정하는 듯한 사회 풍조에 위기감을 느끼고 "내가 국회에 들어가 장애인을 대하는 방법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이번 선거에 입후보를 결심했다고 한다.
함께 참의원에 진출한 기무라 씨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장애인의 한 표 한 표가 마음에 와닿아 있으므로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무라 씨는 생후 8개월에 타고 있던 보행기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현재 장애인이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 2명에게 출마를 요청한 레이와신센구미의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45) 대표는 의정활동에서의 질문 방법 등에 대해 "국회가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쿄신문은 국회가 이들의 의정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폭넓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2명은 이번에 특정 비례대표 후보를 우선해 당선시킬 수 있도록 하는 '특정 쿼터'로 입후보했다.
'특정 쿼터'는 유권자가 지지 정당명이나 후보자 이름을 적도록 한 뒤 정당별 득표수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되 다득표자 순이 아니라 '특정 쿼터'로 사전 등록한 후보부터 당선시키는 제도다.
현직 참의원인 야마모토 대표는 '레이와신센구미'를 창당해 이번 선거에 처음 도전하면서 특정쿼터로 두 사람을 영입하고 자신의 이름은 일반 비례대표 명부에 올렸다.
이번 투표결과 레이와신센구미에는 비례석 2개가 배정됐고, 야마모토 대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전체 비례대표 후보 중 가장 많은 97만여표를 얻고도 낙선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지금까지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가장 많은 개인표를 얻고 낙선한 사례는 2010년의 44만5천여 표였다고 한다.
배우인 야마모토 대표는 2013년 참의원 선거에 도쿄도를 지역구로 무소속 출마해 66만6천여표를 얻어 4위로 당선했다.
야마모토 대표는 "나 자신은 의석을 잃었지만 레이와신센구미로서는 큰 전진을 한 것"이라며 "여러 사람의 힘으로 정치가 바뀌는 과정의 초입에 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마모토 대표는 차기 중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선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도 1개 의석을 확보, 레이와신센구미와 함께 처음으로 원내에 진입하게 됐다.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은 2013년 전 NHK 직원이던 다치바나 다카시(立花孝志·51) 씨가 수신료 제도에 반대하며 발족했다.
현재 이미 일부 지역에서 지방의원을 확보하고 있다.
당 대표인 다치바나 씨는 당선이 확실해지자 22일 새벽 기자들에게 "정말로 책임감을 느낀다"며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겼다.
NHK를 부숴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를 위해 유튜브를 통해 후보를 모집하고 정견 방송에선 NHK 직원의 부정행위를 거론해 다른 후보자로부터도 관심을 받았다.
이들 당은 각각 득표율 2%를 획득해 공직선거법 상의 정당 요건을 충족했다.
정당 자격의 상실 여부로 주목받았던 사민당 역시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득표율 2%를 넘어 존립 요건을 유지하게 됐다.
현행 일본의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5명 이상 또는 최근 중의원이나 참의원 득표율이 2% 이상이면 정당으로 인정받는다.
7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민당은 의원 수가 부족해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2% 획득이 필수적이었다.
한편,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정책을 이끌고 있는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57) 경제산업상은 5선에 성공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1명의 당선자를 내는 1인 선거구인 와카야마(和歌山)에서 5번째로 출마해 범야권의 지지를 받은 후지이 미키오(藤井幹雄)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승리했다.
그는 지난 4일 시작된 선거운동 기간에 트위터를 통해 여러 차례나 한국을 겨냥한 수출 규제 정책을 자신이 이끌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알렸다.
투표 하루 전인 20일 밤에는 "각료로서 처리해야 할 공무로 (선거운동 기간에) 지역구에서 하루밖에 활동하지 못했음을 사과한다"며 유권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식의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무 중에 '특히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조치 대응'이 힘들었다고 강조, 보수우익 성향 지지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이와 함께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이 이끄는 파벌 '기시다파' 소속 의원들은 잇따라 낙선했다.
히로시마(廣島) 선거구에 출마한 미조테 겐세이(溝手顯正) 전 국가공원위원장을 비롯해 총 4명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선거 유세에서 "레이와(令和·현재 일본의 연호) 시대는 기시다의 시대"라고 지원하기도 했지만 이같은 패배로 기시다 정조회장의 구심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
'NHK로부터 국민 지키는 당' 다치바나 대표도 당선
사민당 정당 유지 확정…'포스트 아베' 기시다파 약화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루게릭병(ALS·근 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가 국회에 처음 진출하게 됐다. 2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올해 4월 창립된 정치단체 '레이와신센구미'(れいわ新選組)는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2석을 획득했다. ALS 환자인 후나고 야스히코(船後靖彦·61·남) 씨와 중증 장애가 있는 기무라 에이코(木村英子·여) 씨가 주인공이다.
후나고 씨는 21일 도쿄도(東京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호자(介護者·환자나 노약자를 곁에서 돌보는 사람)를 통해 "약하게 보이지만 근성만은 남보다 2배"라며 "필사적이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지금부터가 승부"라고 결의를 다졌다.
일본ALS협회에 따르면 ALS 발병 후 입후보자로 나서 국회의원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상사맨 출신인 후나고 씨는 1999년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꼈고 이듬해 ALS 판정을 받았다. 도쿄신문은 그가 손발을 움직일 수 없고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공 호흡기 등을 장착, 휠체어로 도움을 받아 이동한다.
눈으로 문자판을 응시해 이를 개호자가 읽어내고 있으며 치아로 센서를 물어 컴퓨터를 조작, 의사를 전달한다. 현재 개호 서비스회사의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환자 입장에서 대학에서 강연도 한다.
2014년 지바(千葉)현 마쓰도(松戶)시에서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사람의 가치를 '생산성'으로 측정하는 듯한 사회 풍조에 위기감을 느끼고 "내가 국회에 들어가 장애인을 대하는 방법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이번 선거에 입후보를 결심했다고 한다.
함께 참의원에 진출한 기무라 씨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장애인의 한 표 한 표가 마음에 와닿아 있으므로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무라 씨는 생후 8개월에 타고 있던 보행기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현재 장애인이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 2명에게 출마를 요청한 레이와신센구미의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45) 대표는 의정활동에서의 질문 방법 등에 대해 "국회가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쿄신문은 국회가 이들의 의정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폭넓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2명은 이번에 특정 비례대표 후보를 우선해 당선시킬 수 있도록 하는 '특정 쿼터'로 입후보했다.
'특정 쿼터'는 유권자가 지지 정당명이나 후보자 이름을 적도록 한 뒤 정당별 득표수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되 다득표자 순이 아니라 '특정 쿼터'로 사전 등록한 후보부터 당선시키는 제도다.
현직 참의원인 야마모토 대표는 '레이와신센구미'를 창당해 이번 선거에 처음 도전하면서 특정쿼터로 두 사람을 영입하고 자신의 이름은 일반 비례대표 명부에 올렸다.
이번 투표결과 레이와신센구미에는 비례석 2개가 배정됐고, 야마모토 대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전체 비례대표 후보 중 가장 많은 97만여표를 얻고도 낙선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지금까지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가장 많은 개인표를 얻고 낙선한 사례는 2010년의 44만5천여 표였다고 한다.
배우인 야마모토 대표는 2013년 참의원 선거에 도쿄도를 지역구로 무소속 출마해 66만6천여표를 얻어 4위로 당선했다.
야마모토 대표는 "나 자신은 의석을 잃었지만 레이와신센구미로서는 큰 전진을 한 것"이라며 "여러 사람의 힘으로 정치가 바뀌는 과정의 초입에 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마모토 대표는 차기 중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선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도 1개 의석을 확보, 레이와신센구미와 함께 처음으로 원내에 진입하게 됐다.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은 2013년 전 NHK 직원이던 다치바나 다카시(立花孝志·51) 씨가 수신료 제도에 반대하며 발족했다.
현재 이미 일부 지역에서 지방의원을 확보하고 있다.
당 대표인 다치바나 씨는 당선이 확실해지자 22일 새벽 기자들에게 "정말로 책임감을 느낀다"며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겼다.
NHK를 부숴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를 위해 유튜브를 통해 후보를 모집하고 정견 방송에선 NHK 직원의 부정행위를 거론해 다른 후보자로부터도 관심을 받았다.
이들 당은 각각 득표율 2%를 획득해 공직선거법 상의 정당 요건을 충족했다.
정당 자격의 상실 여부로 주목받았던 사민당 역시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득표율 2%를 넘어 존립 요건을 유지하게 됐다.
현행 일본의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5명 이상 또는 최근 중의원이나 참의원 득표율이 2% 이상이면 정당으로 인정받는다.
7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민당은 의원 수가 부족해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2% 획득이 필수적이었다.
한편,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정책을 이끌고 있는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57) 경제산업상은 5선에 성공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1명의 당선자를 내는 1인 선거구인 와카야마(和歌山)에서 5번째로 출마해 범야권의 지지를 받은 후지이 미키오(藤井幹雄)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승리했다.
그는 지난 4일 시작된 선거운동 기간에 트위터를 통해 여러 차례나 한국을 겨냥한 수출 규제 정책을 자신이 이끌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알렸다.
투표 하루 전인 20일 밤에는 "각료로서 처리해야 할 공무로 (선거운동 기간에) 지역구에서 하루밖에 활동하지 못했음을 사과한다"며 유권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식의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무 중에 '특히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조치 대응'이 힘들었다고 강조, 보수우익 성향 지지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이와 함께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이 이끄는 파벌 '기시다파' 소속 의원들은 잇따라 낙선했다.
히로시마(廣島) 선거구에 출마한 미조테 겐세이(溝手顯正) 전 국가공원위원장을 비롯해 총 4명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선거 유세에서 "레이와(令和·현재 일본의 연호) 시대는 기시다의 시대"라고 지원하기도 했지만 이같은 패배로 기시다 정조회장의 구심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