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비싸다"…정비사업 후분양 잇달아 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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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물건' 보류지 매각 급제동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된 재건축·재개발 보류지 물건이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실거래가보다 1억~2억원 높게 최저 입찰가를 책정하면서다. 보류지는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조합원 증가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유보해 놓은 물건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정부가 후분양제를 선택한 조합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을 우려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터무니없는 고분양가가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후분양을 억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홍제2, 보류지 세 가구 전부 유찰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센트럴아이파크 보류지 세 가구가 모두 유찰됐다. 홍제2구역 재개발조합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공개입찰한 물건이다. 전용면적은 84㎡, 최저 입찰가는 10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이 단지는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매매 거래 내역이 아직 없다. 전용 84㎡ 호가는 10억5000만원이다. 홍제2구역조합 관계자는 “적어도 이번달이 지난 뒤에 보류지 세 가구 입찰 공고를 다시 낼 것”이라며 “최저 입찰가를 낮출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서대문·영등포구 등 조합
시세보다 1억~2억원 높게 입찰
가격 매력 없어 실수요자 외면
보류지는 주로 경쟁 입찰로 매각한다. 조합이 시세, 옵션 등을 고려해 최저 입찰가를 임의로 결정한다. 사실상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후분양 성격을 띤다.
과거에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데다 시세보다 저렴해 인기가 높았다. 최근 들어서는 시세보다 최저입찰가가 높게 책정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보류지 매각이 차질을 빚는 분위기다.최근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아이파크 보류지 매각에서도 네 가구 중 두 가구가 유찰됐다. 신길14구역조합은 59㎡B(2가구)의 최저 입찰가를 8억3000만원으로 정했다. 올해 최고 거래가인 7억7500만원보다 5500만원 비싸다. 조합 관계자는 “가격 부담이 클 것이라는 생각에 일부 보류지가 유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엔 성북구 길음뉴타운에서 롯데캐슬골든힐스 보류지 세 가구가 한 차례 유찰됐다. 지난해 말 강남구 래미안 개포루체하임 보류지 매각에서도 응찰자가 없어 세 가구가 모두 주인을 찾지 못했다. 올초 최저입찰가를 3억원씩 내려 재입찰했으나 모두 매각에 실패했다. 일원동 M공인 관계자는 “당시 집값 하락세가 수개월째 이어진 상황이어서 수요자들이 선뜻 매수하기를 꺼렸다”고 했다.“실거래가보다 1억원 비싸”
매각을 앞둔 조합들도 시세보다 비싸게 보류지 물건을 내놓는 분위기다. 송파구 가락시영재건축조합은 19일 헬리오시티 보류지 5가구를 내놨다. 전용 84㎡ 최저입찰가가 14억9500만~15억500만원에 달한다. 이달 1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원가량 비싸다. 2015년 분양가(8억4750만~9억44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전용 110㎡도 4월 최저입찰가보다 2억원 낮은 16억6032만원에 손바뀜했다.강북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성북구 장위1구역조합은 18일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보류지 아홉 가구 매각 공고를 냈다. 조합은 전용 59㎡ 최저입찰가를 7억700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달 6억6250만원(9층)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지난달 7억5651만원까지 거래된 전용 84A㎡의 최저 입찰가격은 8억7000만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구두 개입으로 매수세가 다시 잠잠해진 탓에 “낙찰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 0.02%에서 이번주 0.01%로 상승폭이 줄었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재건축 매수세가 줄어든 영향이다. 장위동 J공인 관계자는 “옵션 품목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조합이 제시한 최저입찰가는 시장 호가 수준”이라며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싼 느낌이 들어야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재개발조합이 후분양에 나서면 보류지 최저입찰가처럼 분양가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후분양을 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후분양 1호 사업장인 경기 과천 과천주공1단지는 분양가를 3.3㎡당 3998만원으로 정했다. 5월 분양한 인근 과천자이(주공6단지)보다 700만원 더 높다.그래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자연스레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후분양 방식을 통해 분양가를 높이더라도 시장 가격보다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되면 수요자가 외면한다”며 “시장가격 형성 원리가 잘 작동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국지적인 집값 상승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길성/민경진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