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영리화 논쟁에…또 틀어진 '병원 기술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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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반대에 국회서 발목국내 대학병원 의료진의 연구 성과를 바이오헬스 분야 창업으로 잇기 위한 정부 계획이 또다시 미뤄졌다. 시민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를 의식한 국회가 제동을 걸면서다.
연구중심병원 인증제로 변경 무산
여전히 자회사 지분 투자 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6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연구중심병원 창업을 늘리기 위한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일부개정안을 추가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복지위 통과가 무산된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 개회 여부조차 미지수이기 때문에 법안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연구중심병원을 지정제에서 인증제로 바꿔 지금보다 수를 늘리고 이들 병원에 의료기술협력단을 꾸려 창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에서 나온 임상 아이디어가 의료기기·의약품 개발로 이어지도록 돕기 위해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10개 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했다. 병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회사를 세워 제품을 개발, 판매한 뒤 여기서 생긴 수익금이 다시 병원으로 흘러가는 선순환 고리가 끊어져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발표한 의료기기 규제혁신방안에 산·병협력단 설립을, 올해 발표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에 의료기술협력단 설립을 포함하며 두 번이나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소위에서 국회의원들은 “의료기술협력단과 영리병원의 차이가 뭐냐”고 지적하며 시민단체들의 반대 논리를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교육부와 복지부 간 입장 차이도 걸림돌이 됐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운영하는 산학협력단 운영 주체에 병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창업 문제를 풀 수 있는 곳은 서울대병원과 같은 국립대병원뿐이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재단이나 사회복지법인에 속한 병원은 여전히 상속·증여세법에 막혀 자회사 지분 투자가 제한된다. 기술창업하는 의사 개인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법안 통과를 기대했던 교수들은 허탈감을 토로했다. 한 연구중심병원 소속 교수는 “국내에 수익을 내지 않고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의료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며 “산·병협력단을 허용하면 영리병원이 된다는 논리 자체가 맞지 않는데 이런 논리에 끌려가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