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인재' 목마른 삼성…영입 공들인 AI 인재 줄줄이 구글·아마존行

삼성이 흔들린다

삼성 특유의 조직문화 중시
실리콘밸리 인재들 '이질감'
“실리콘밸리 S급 인재들은 삼성 대신 구글, 애플, 퀄컴으로 갑니다. 미국 현지에서 삼성은 ‘세컨드 티어(second tier·2류)’로 평가받습니다.”

삼성의 한 임원은 S급 인재 유치의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놨다. 삼성이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스마트폰 등 시장에선 각각 퀄컴,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S급 인력 시장에선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오랜 기간 공들인 인재도 막상 취업할 때가 되면 경쟁회사를 찾는다”며 한숨을 쉬었다.최근 삼성은 바이오, 자동차 전장(전기·전자 장치),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4대 미래성장 사업’과 관련한 S급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꼭 데려와야 할 인재에겐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삼성 수뇌부의 ‘특명’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성과도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펠로우’(연구분야 최고직)로 영입한 위구연 하버드대 석좌교수, 아마존 근무 경력이 있는 장우승 무선사업부 빅데이터 총괄전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재계에선 “글로벌 기업 삼성에 글로벌 인재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가장 큰 원인으로 해외 경험이 있는 인재가 적응하기 쉽지 않은 ‘조직 문화’가 꼽힌다. ‘조직력’과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회사 분위기에 이질성을 느끼는 해외 인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외부 영입 인재가 삼성에 뿌리 내린 사례도 있다. 2010년 퀄컴에서 삼성으로 넘어온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삼성에서 중도 퇴사한 외국계 출신 임원은 ‘의사소통’ 문제와 함께 조직 문화를 지적하며 “삼성이 좀 더 개방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퇴사의 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신규사업과 연구개발(R&D)을 챙기는 조직은 삼성넥스트처럼 ‘별동대’로 운영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한 대학 교수는 “로열티가 다소 부족한 외부인이라도 능력을 펼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연한 조직 문화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정수/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