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SUV 덕에…현대차, 2분기 영업익 1兆 넘었다

원화가치 떨어져 실적 개선
영업익 1조 넘은 건 7분기만
현대자동차의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7분기 만에 1조원대를 넘어섰다. 수출에 유리한 ‘원화 약세’ 덕을 본 데다 수익성이 좋은 팰리세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26조9664억원, 영업이익 1조2377억원을 거뒀다고 22일 발표했다. 매출은 작년 2분기보다 9.1%, 영업이익은 30.2% 늘었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 3분기(1조2042억원) 이후 7분기 만이다. 영업이익률은 4.6%로 작년 같은 기간(3.8%)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가 2분기 성장세를 보인 건 우호적인 환율 조건(원화 약세)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해외시장에서 판매한 완성차는 미국 달러로 실적이 집계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를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증가한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분(2870억원) 중 환율 영향에 따른 것만 2644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높은 SUV 판매가 늘어나 실적이 개선된 측면도 있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2분기 글로벌 무역갈등과 경기 둔화 우려 등의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주요 시장에서 판매 약세가 이어졌다”며 “다만 신차 판매가 늘고 SUV 비중이 40%로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했다.2분기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도매 기준)은 110만491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했다.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의 부진으로 해외 판매가 10.1%(100만6963대→90만4760대) 급감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선 작년 동기 대비 8.1% 증가한 20만156대를 팔았다. 팰리세이드와 코나 등 SUV와 신형 쏘나타가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신흥국 경기 부진 등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신차와 SUV를 앞세워 점진적 판매 회복세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최 본부장은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을 국내 시장에, 팰리세이드와 베뉴를 미국 시장에, 신형 i10을 인도에 각각 출시해 점진적으로 판매량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3분기 현대차의 ‘노조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올해도 파업 깃발을 들 태세여서다. 현대차 노조는 23일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오는 29~30일 찬반투표를 거쳐 내달 중순 파업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회사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벌였다. 그동안 노조 파업으로 인해 연평균 5만9000대(8000억원) 이상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현대차는 이날 주당 1000원의 중간 배당을 결정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