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검찰, '가짜 상속녀'가 챙긴 넷플릭스 드라마 수익에 제동

"드라마 계약 대가, 피해 은행·호텔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뉴욕 사교계에서 재벌 상속녀로 행세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독일 여성 애나 소로킨(28)이 자신의 가짜 인생 스토리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로 돈을 벌기가 어렵게 됐다. 뉴욕주 검찰은 '샘의 아들'(Son of Sam) 법률을 근거로 소로킨이 지난해 넷플릭스와 맺은 계약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을 저지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23일(현지시간) AP통신, 일간 더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샘의 아들' 법은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 행각에서 얻은 대중적 인지도를 이용해 수익을 챙기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법원 문건에서 소로킨이 넷플릭스 계약을 통해 지급받은 금액 중 7만 달러(약 8천200만원)와 로열티 등은 그가 신분을 속여 돈을 빌리거나 무상으로 이용한 맨해튼의 은행과 호텔에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로킨은 뉴욕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중 넷플릭스에서 우선 10만 달러를 지급받고 추후 '상담 비용' 등으로 수만 달러를 더 받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지급될 금액 중 3만 달러는 소로킨이 유죄 판결을 받았던 지난 5월 이후 그의 변호사에게 지급됐고, 나머지 7만 달러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지급이 보류된 상태다.
러시아에서 독일에 이민한 소규모 냉난방 사업자의 딸인 소로킨은 고등학교 졸업 후 뉴욕에 건너와 2017년 10월 체포되기 전까지 4년간 재벌 상속녀 행세를 해왔다. 그는 안나 델비라는 가명을 쓰며 자신이 6천700만 달러(약 79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가진 부호의 상속녀라고 주변을 속여 상상을 초월하는 화려한 생활을 즐겼다.

비용도 내지 않고 개인 전용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다녔고, 하루 숙박비가 수십만원에 달하는 맨해튼의 고급 호텔에서 몇 달간이나 돈을 지불하지 않고 생활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가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지인과 은행을 상대로 빌린 돈만 27만 5천달러(약 3억 2천만원)에 달한다. 그는 체포된 뒤에도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 법정에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결국 그는 지난 5월 다수의 중(重)절도 혐의와 위조 서류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에서 최대 12년을 선고받았다.

2만 4천 달러의 벌금과 20만 달러에 달하는 피해배상금도 부과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