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으로 폐허가 된 예멘 연안에 유조선이 사실상 버려진 상태로 방치돼 기름유출 등 재앙에 가까운 환경오염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홍해에 접한 예멘 호데이다 북부의 라스이사 항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박해있는 이 유조선은 전문가들로부터 '떠다니는 폭탄'(Floating Bomb)으로 불리고 있다.
선박 내부에 있는 저장 탱크에 가스가 차 자칫 폭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예멘 석유회사가 소유한 이 유조선은 예멘 중심부 마리브 주(州)의 유전에서 추출한 석유를 운송하는 데 사용됐었다. 크기와 부피가 다른 34개의 원유 탱크를 가진 이 유조선이 수송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은 300만 배럴에 달한다.
하지만 2015년 3월 이 지역이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의 통제하에 들어간 뒤 운항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전으로 운송이 중단됐음에도 배 내부에는 114만 배럴 정도의 원유가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멘 정부는 1989년 엑손발데즈호의 알래스카 노스 슬로프 기름 유출 사고에서 누출된 기름의 4배에 달하는 양으로 판단하고 있다.
자칫 유조선에서 원유가 유출될 경우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게 예멘 정부의 판단이다.
유엔이 조사단을 파견하려 했지만, 내전으로 인해 선박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엔 인도주의 담당 사무차장인 마크 로콕은 지난주 유조선 조사단의 선박 방문 계획이 예멘 반군 후티로부터 다시 거절당했다고 유엔 안보리에 보고했다.
예멘에서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이란과 연계된 후티 반군이 정권을 놓고 충돌, 내전이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유조선과 관련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더그 위어 환경분쟁감시단 사무국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의 기술적 점검이 있기 전까지는 이 선박이 일으키는 정확한 위험성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심각한 환경적 비상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분명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