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강경파' 보리스 존슨 英 새 총리 오르다

'노딜 브렉시트 불사' 강경파
트럼프 "존슨은 내친구"
영국의 새 총리에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23일 선출됐다. 존슨 신임 총리가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것은 부유한 집안 배경과 금발머리, 전반적으로 우파 정책을 옹호한다는 점에서다. 걸핏하면 논란이 되는 ‘막말’을 쏟아내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해선 아무런 합의도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마저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유럽과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거침없는 언행…다방면에서 돌출존슨 총리는 영국 보수당 당대표 경선투표 결과 약 16만 명의 보수당원으로부터 66%의 표를 얻어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을 제치고 승리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직을 자동 승계한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를 완성시키고 영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공식 취임은 24일이다. 보수당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달 7일 당대표직에서 공식 사임하면서 후임 선출 작업을 벌여왔다.

존슨 총리는 영국 안팎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존슨 총리를 “내 친구”라고 칭하며 각별한 관심과 지지를 보냈다. 경제정책 공약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감세’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춰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며 “소득세 최고세율 40%가 적용되는 연소득 기준점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거침없는 언행과 여성 편력으로 종종 도마에 오르는 것도 비슷하다.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브렉시트에 반대한다고 하자 존슨 총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향해 “부분적인 케냐인이고, 선대부터 영국을 싫어했다”고 막말을 쏟아내 질타를 받았다. 또 존슨 총리는 지금까지 두 번 이혼했는데, 그때마다 다른 여성들과의 불륜 행각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이런 비호감 언행과 완고한 보수주의 성향에도 존슨 총리는 영국인에게 의외로 친근한 이미지로 박혀 있다. 시민들에게 이례적으로 성(姓)인 ‘존슨’보다 이름 ‘보리스’로 자주 불릴 정도다. 의원 시절 구겨진 양복, 헝클어진 금발 더벅머리에 배낭을 멘 채 자전거로 출퇴근한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존슨 총리는 2008~2016년 런던시장을 연임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엔 직접 와이어를 타고 런던 시내를 날아다니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이며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주목받았다. 또 런던의 자전거 인프라 확장에 힘쓰면서 공공자전거가 시민 사이에서 ‘보리스’로 불리기도 했다.

“EU에서 완전히 분리돼야 英 부활”

존슨 총리의 최대 현안은 브렉시트다. 영국인들이 그를 ‘총리 0순위’로 꼽으며 지지를 보낸 이유도 브렉시트를 마무리 지을 인물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2016년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할 당시 국민투표를 찬성으로 이끈 ‘EU 탈퇴파’의 리더격 인사다. 그는 영국이 EU와 완전히 결별해 정치적·사법적·경제적 독립을 이뤄야 다시 부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메이 총리 내각에서 첫 외무장관을 맡았지만, 영국이 EU 탈퇴 이후에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남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메이 총리의 계획에 반발해 2년 만에 사표를 냈다.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선거 구호로 ‘브렉시트 지연은 패배를 의미한다’를 내세우며 오는 10월 31일까지 무조건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했다. 존슨 총리의 집권이 확실해지자 영국 장·차관들은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존슨 총리를 보며 EU 협상 관계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