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與 원내대표단 '노타이' 靑오찬…"원칙속 협치" 공감대

끝내 추경처리 못하고 마련한 상견례…참석자들 수차례 아쉬움 토로
文대통령, '성과' 촉구 그치지 않고 위로·격려…의원들 의견 경청
90분간 오찬 간담회…진지한 분위기 속 농담으로 폭소도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여야 협치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달라고 당부했다.간담회 참석자들은 여야 대치로 기약 없이 표류 중인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 수차례 아쉬움을 표시하고, 이달 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게 협치하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날 12시부터 90분 동안 청와대 본관에서 문 대통령 주재 오찬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된 간담회에는 이인영 원내대표과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20대 국회 4기 원내대표단이 참석했다.

애초 추경 통과 후 상견례를 하기로 계획했으나, 정부 추경안이 국회에서 90일째 처리되지 못하면서 더 연기할 수 없어 마련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이 "국민들과 함께 분노하고 걱정도 해야겠지만, 희망과 자신감을 드릴 수 있도록 정치권은 협치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며 "추경이나 일본 수출규제 대응만큼은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밝힌 것은 그런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조속한 추경 처리를 촉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가 희화화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원내대표단을 구성해 (노력하고 있다)"며 원내대표단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추경이 해결됐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민생과 국익이라는 원칙 하에서 유연하게 현 상황을 돌파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이 원내대표는 또 지난 상반기 원내 운영에 대해 "안정적인 당정청 관계 속에서 경제활력과 민생안정에 주력했다"고 자평하고 "하반기에는 일하는 국회를 위해 국회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국회 파행 장기화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고, 추경과 법안 처리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가다듬었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올해 하반기 원내 전략을 상세히 보고하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하는 모두발언을 한 이후에는 대화를 주도하기보다 현안에 대한 참석 의원들의 의견과 민원사항을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찬 간담회는 무거운 주제로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참석자들은 식사 도중 화기애애한 대화로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한 의원은 "김정숙 여사가 간담회에 안 계셔서 아쉽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부인이 대통령님께 사랑한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질투를 느낀다"고 해 좌중이 폭소를 터뜨렸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깃밥과 채소 전채, 아욱국, 생선, 쇠고기 등으로 차려진 식단에 대해 "오늘 밥이 제일 맛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원내대표단은 청와대에서 먼저 '노타이' 차림을 제안해 모두 넥타이를 매지 않고 간담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