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 잠잠한 서점가…日 소설에 열광하는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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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열광하는 한국인 다수7월 들어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거세지고 있지만 서점가에서는 일본 소설이 여전히 강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업계에 이어 또 하나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일본 내 한국 문학 번역 극히 일부
24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일 무역갈등이 본격화한 7월 이후 출간된 소설 375종 가운데 78종이 일본 소설로 조사됐다. 이는 신간 소설 5권 중 1권(20.8%)에 해당하는 것이며 지난달 17.9%(474종 중 85종)보다 더 높아진 수치다. 단일국가로는 유례가 없는 높은 비율이라는 평가다.이번 달 교보문고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표(21일 기준)에서도 일본 소설의 강세는 여전했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3위)과 '살인 현장은 구름 위'(히가시노 게이고·7위), '한자와 나오키.1'(이케이도 준·9위) 3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20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6종 일본 소설이 순위 안에 들었다. 이는 20위 안에 든 외국 소설 12종 중 절반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들 작품 6종은 히가시노 게이고, 야쿠마루 가쿠, 이케이도 준, 세 일본 작가가 쓴 것들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본 불매 운동이 일본 소설 등 관련 도서류의 판매량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일본 여행 가이드북 판매량은 소폭 줄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유의미한 변화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이어 "일본 소설이나 일본 작가에 대한 연락이 부쩍 늘긴 늘었다"며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도서업체인 반디앤루니스에서는 7월 이후 미미하게나마 일본 책 판매량이 줄었다. 이 업체가 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어 교재 판매량은 전월대비 7.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설 카테고리에서 일본 소설의 판매량 또한 2.7% 줄었고 일본 여행 가이드북도 7.7% 감소했다.
반디앤루니스 관계자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일본 여행이 감소해 도서업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름휴가 기간과 맞물려 6월 대비 일본 관련도서의 매출이 5% 이상 하락했고 작년 7월과 비교했을 때도 7% 이상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에서도 일본 관련 서적 판매량에서 소폭 감소세가 나타났다. 예스24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2주(7월8~21일)간 일본 소설 판매량은 전 2주(6월24일~7월7일)에 비해 5.9% 줄었고 일본 여행 가이드북과 일본어 교재 역시 각각 41.9%와 11.7% 감소했다.
예스24 담당자는 "전체적으로 일본 관련 서적들의 판매량이 다소 줄긴 했지만 어린이 분야 베스트셀러 톱10에 일본 번역서가 5권이 올라와 있는 등 전면적으로 확대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본은 국가보다 특정 작가에 대한 팬덤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일본 불매 운동이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며 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인이 쓴 자기 계발서 같은 경우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하지만 반일 여론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출판사들이 여러모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11번가 등 오히려 일부 쇼핑몰에서는 일본 도서류의 7월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는 "일본 소설은 이번 이슈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국내에 많이 수입이 돼 있던 상황"이라며 "최근에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번역되는 등 전에 비해 한국 소설의 일본 진출이 활발한 편이지만 그래도 불균형이 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승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일본의 아쿠타가와 문학상이나 나오키상 수상작(일본문학 최고 권위의 양대 문학상)은 거의 대다수 작품이 한국에 번역돼 출간되지만 우리나라의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일본에서 번역되는 일이 거의 없다"며 "결국은 수요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서점에서도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작가의 코너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국내 작가 전문 코너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일본 문학 편식이 심한 반면 일본 젊은이들은 우리나라 소설에 관심이 아주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연중에 일본 문화를 흠모하는 분위기와 두 나라의 문학 역조현상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