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수사권 조정' 언급한 문무일…2년 임기 마치고 '조용한 퇴임식'

사진=연합뉴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4일 2년 임기를 마치고 ‘조용한 퇴임식’을 가졌다. 그는 “수사권 조정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세부 내용에 대해선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마지막 날까지 현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오전 11시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문 전 총장의 비공개 퇴임식이 열렸다. 퇴임사 낭독이나 청사 앞 기념촬영 등은 따로 없었다. 퇴임사는 전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A4용지 4장 분량의 글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소탈하고 탈권위적인 문 전 총장의 성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그는 전날 퇴임사에서 ‘민주주의’란 단어를 11번 사용하며 “형사사법에서의 민주적 원칙과 절차의 준수”를 강조했다. 현재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대로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수사권을 갖게 되면 검찰과 경찰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다는 점을 꼬집었다. 문 전 총장은 지난 5월에도 조정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문 전 총장은 처음으로 검찰의 과거 과오에 대해 사과한 검찰총장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3월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를 찾아 사과한 데 이어 11월엔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허리를 굽혔다. 전국 41개 검찰청의 특수부를 폐지하는 등 스스로 검찰 권한 내려놓기에 나선 것도 그의 업적이다. 반면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 패싱’ 논란이 일고,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후배 검사의 ‘항명 사태’가 빚어지는 등 리더십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전 총장은 조만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형사소송법 관련 공부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 수장 자리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0시를 기점으로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