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 달간 미뤄진 일자리으뜸기업 발표

일자리정부 자랑하더니 정작 외면
대통령 일정 탓에 연기 뒷말까지

박재원 정치부 기자 wonderful@hankyung.com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 수여식의 주인공은?’ ① 대통령 ② 수상기업

정답은 ②번이다. 자칫 황당할 정도로 간단한 퀴즈를 낸 것은 이 쉬운 문제를 주무 부처에서 한 달간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해 시작한 대규모 인증사업이다. 30인 이상 기업 수백 곳 가운데 일자리 모범 기업을 추려 100곳에 대통령 명의의 인증패를 전달한다. 수상기업은 세금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받는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일자리 으뜸기업 우대지원 방안’ 자료만 291쪽에 달한다. 출입국 우대카드부터 공공조달 가산점, 광고비 할인, 금리 우대까지 전례 없는 지원책이 담겼다. 작년 수상기업인 한화큐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업어드리고 싶어 왔다”고 했던 고마움이 고스란히 담겼다.

최근 각종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 YG엔터테인먼트가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난해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된 이력도 화제가 됐다. YG가 운영하는 클럽이 탈세 의혹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도 ‘3년간 세무조사 유예’ 혜택 덕분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다.수상 당시 양현석 회장은 대통령 명의의 인증패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기업에 대통령 명의의 인증패는 이처럼 크나큰 영광이다. 중소기업을 출입할 당시 방문했던 기업들은 항상 중앙 출입문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일자리 으뜸기업 인증패를 전시했던 기억이 난다. 대통령 명의 표창 정도 되면 사장실에 고이 모셔둔 경우도 많았다. 각종 혜택도 혜택이지만 우여곡절을 견디며 회사를 일궈낸 큰 보람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작년에 이어 올해 이 같은 영광을 누릴 100개 기업 명단이 25일 공개된다. 하지만 발표 시점이 당초보다 한 달 늦춰졌다. 해당 부처는 작년 12월까지의 기업 실적을 취합해 올 5월 심사를 마무리한 뒤 지난달 발표할 예정이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를 추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라는 외교 일정이 발목을 잡았다.

일본의 경제보복도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대통령이 업어주고 싶어했던 기업들이 가장 빛나는 행사엔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하기로 했다. 해당 부처에서는 대통령 참석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지난달 행사 개최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수상기업 발표가 한 달이나 늦어졌는데 기업엔 피해가 없느냐고 묻자 “조달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시 퀴즈로 돌아가보자.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 수여식의 주인공은 누구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