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특활비 2심' 징역 5년으로 감형…총 형량 32년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 아니다"…국고손실 일부 무죄, 횡령죄 인정
박 전 대통령 사건, 1·2심 모두 마무리…공천개입 사건은 이미 확정
검찰 "뇌물·국고손실 인정돼야, 상고할 것"…朴 지지자들도 법정서 불만 표출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지원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받았다.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5일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보다는 약간 줄어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최측근 3명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총 35억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1심은 이 돈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국고손실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유죄로 인정한 금액은 2016년 9월 전달된 2억원을 제외한 33억원이다.

이 돈이 대통령 직무에 대한 대가로 받은 것은 아니므로 뇌물이라 볼 수는 없지만, 국내외 보안정보 수집 등 목적에 맞게 엄격히 써야 할 특활비를 청와대가 위법하게 유용한 것은 맞는다는 것이 1심 판단이었다.2심 역시 청와대가 특활비를 유용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이 가운데 일부 행위에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돈을 횡령한 사람이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국정원장들은 이 법이 정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들과 공모한 박 전 대통령에게도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였다.

앞서 1심은 이런 논리를 받아들였지만, 2심 재판부는 국고손실 혐의가 일부 무죄라고 판단했다.

국정원의 경우 기획조정실장은 회계관계직원이지만, 원장은 이를 감독하는 중앙관서의 장일 뿐 회계관계직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국정원장들과 박 전 대통령에게 국고손실 혐의를 곧바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돈이 전달되는 과정에 회계관계직원인 이헌수 전 기조실장이 공모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국고손실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병기 전 원장 시절인 2014년 7월∼2015년 2월 전달된 8억원과, 이병호 전 원장 시절인 2015년 3월∼2016년 7월 전달된 19억원 등 총 27억원에 대해서만 국고손실 혐의가 유죄로 인정했다.

그 밖의 돈에 대해서는 이헌수 전 실장과의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통상의 횡령죄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를 적용했다.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상 추징이 가능한 범죄는 국고손실죄에 한정되다 보니, 박 전 대통령에 부과되는 추징금도 1심의 33억원에서 2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양형기준 범위에서 피고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정했다"며 "특히 3명의 국정원장에게 33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것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로 박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불법행위로 기소된 사건들의 2심이 모두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는 2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후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도 기소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검찰과 박 전 대통령 모두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이날 선고된 형량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이 선고받은 형량은 총 징역 32년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서울구치소를 통해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선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정을 찾은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재판부가 선고를 하자 고성을 지르며 불만을 표현해 제지를 받았다.검찰은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관계 등에 비춰 뇌물죄가 인정돼야 하고, 국정원 회계의 최종책임자이자 결재자인 원장의 지위 등에 비춰 국고손실죄도 인정돼야 한다"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