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화웨이 아니다"…국제사회 日 비판 확산
입력
수정
지면A6
'화이트리스트' 韓제외 추진에일본이 수출 통제에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목록)에서 제외하려 하자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이유로 일본에 사실상 수출 통제 철회를 촉구하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日, 위험하고 파괴적인 보복"
美 싱크탱크 AEI·암참 한목소리
미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일본, 한국에서 물러서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가 아니다’는 제목의 연구원 칼럼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미 무역대표부(USTR) 자문위원을 지낸 클로드 바필드 연구원은 이 글에서 “한·일 과거사와 관련해 어느 편을 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위험하고 파괴적인 보복을 했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전 세계 전자업계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5세대(5G) 이동통신산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을 상대로 화웨이의 5G 영향권에 드는 것을 막아오던 와중에 5G산업의 ‘총아’로 떠오른 삼성전자가 곤란에 빠져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논의 등을 언급한 뒤 “어떤 결정이 나오든 필수적인 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설득해 수출 규제를 철회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25일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통해 “한국과 일본 간 무역 피해를 가져올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자 우방인 한·일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본 현안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앞서 반도체산업협회,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등 미국의 6개 전자업계 단체는 한·일 통상당국에 보낸 서한에서 일본 수출 규제를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정책 변경’이라고 규정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IHS마킷의 라지브 비스와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는 연쇄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한국에서 수입하는 부품에 의존하는 미국과 중국도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한국을 상대로 한 아베 신조의 가망 없는 무역전쟁’이란 사설을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