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감세로 투자 살린다…5년 누적 세부담 2000억↓

대기업 최대주주 상속·증여세 할증률 30→20%

정부가 극심한 투자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에 한시적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대대적인 세제 혜택을 준다.이로 인해 올해 대비 향후 5년간 누적으로 대기업에 2천62억원, 중소기업에 2천802억원의 세부담이 줄어드는 등 법인세가 5천500억원 가까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수해온 대기업 증세 정책과는 배치되지만, 정부는 그만큼 경기적 상황이 엄중한 데 따른 한시적 경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19년 세법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세법개정안은 26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입법 예고와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9월 3일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1년간 대기업의 자동화 설비 등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1%에서 2%로 상향 조정한다.

중견기업은 3→5%, 중소기업은 7→10%로 투자세액공제율을 더 큰 폭으로 늘린다.이를 통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은 5천320억원의 세수 절감 혜택을 볼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정부는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으로 의약품제조·물류산업 첨단설비를 추가하고 일몰도 2021년 말까지 2년 연장한다.

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도 송유관·열수송관 안전시설, 액화석유가스(LPG)·위험물시설 등으로 확대하고, 역시 일몰을 2년 늘린다.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을 덜 내면서 투자금액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가속상각특례 적용기한은 올해 연말에서 내년 6월 말까지 6개월간 연장된다.

이 기간 중소·중견기업은 사업용 고정자산에 대해, 대기업은 혁신성장 투자자산과 연구·인력개발 시설,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에 대해 내용연수를 50%까지 축소할 수 있다.

다만, 올해 7월 3일부터 연말까지는 더 큰 혜택을 준다.

대기업은 내용연수를 50%까지 축소할 수 있는 가속상각 대상 자산이 생산성 향상시설과 에너지 절약시설까지 늘어나며, 중소·중견기업은 모든 사업용 자산에 대해 가속상각 허용 한도가 50%에서 75%로 높아진다.

내년부터 군산, 거제, 통영, 고성, 창원, 울산 동구, 목포, 영암, 해남 등 고용·산업 위기 지역 내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5년간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에 더해 2년간 50%를 추가 감면해주기로 했다.

규제자유특구의 중소·중견기업 투자세액공제율은 중소기업은 3%에서 5%로, 중견기업은 1∼2%에서 3%로 올린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세제 혜택으로 대기업은 올해 대비 5년간 누적(누적법 기준)으로 2천62억원, 중소기업은 2천802억원 세금이 각각 경감되는 혜택을 얻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전체 법인세 경감 규모는 5년간 누적으로 5천463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는 향후 5년간 누적으로 4천680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세제개편 결과 5년간 누적법 기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세수 감소효과가 나타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앞서 브리핑에서 "올해는 경기상황이 엄중해 한시적으로 세 부담 경감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내년부터 대기업 최대주주가 지분을 상속·증여할 때 세율에 적용하는 할증률을 최대 30%에서 20%로 하향 조정한다.

중소기업은 할증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증여하면 적용될 수 있는 최고세율이 65%에서 60%로 낮아지게 된다.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제도는 최대주주의 주식을 물려받으면 경영권 프리미엄도 따라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과세도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1993년 도입됐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5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저하하고 있다"면서 "할증률을 독일 수준(최대 20%)으로 인하하고 중소기업부터 할증평가 제도를 폐지·개선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정부는 연구용역을 거친 결과, 최대주주 지분율과 경영권 프리미엄 간 비례관계가 높지 않아 지분율 차등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