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좌파연정 구성 실패…의회, 산체스 내각 불신임(종합)

이틀 전 1차 신임투표 부결 이후 또 통과 안 돼…사회당·포데모스 협상 결렬
산체스 총리 향후 구상 안밝혀…11월 다시 총선 치를 가능성 커져
총선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둔 뒤 과도내각을 이끌어온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의회의 신임을 받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에서 다시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스페인 하원이 25일(현지시간)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신임안을 전체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24, 반대 155로 부결됐다.

산체스 총리의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의 의석수인 123명을 제외하고 신임 찬성에 표를 던진 의원은 단 1명밖에 없었다. 산체스에 대한 신임 2차 투표인 이날은 지난 23일의 1차 투표가 찬성이 과반을 넘겨야 하는 '절대 다수결'로 진행된 것과 달리, 반대보다 찬성표가 많이 나오기만 하면 되는 '단순 다수결'로 진행됐다.

지난 23일 첫 표결에서도 찬성표는 이날과 마찬가지로 124표였고, 반대가 170, 기권 52로 나와 신임안이 부결된 바 있다.

산체스가 이끈 사회노동당은 4월 말 조기 총선에서 기존의 제1당이었던 중도우파 국민당(PP)을 누르고 승리했지만, 확보한 의석이 전체(350석)의 절반에 한참 못미치는 123석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사회당은 지난 석 달 간 야권, 특히 급진좌파정당 포데모스를 상대로 연정 협상을 벌여왔지만, 표결 직전 협상은 결렬됐다.

포데모스는 정부의 주요 각료 자리를 요구해왔지만, 사회노동당은 이를 계속 거부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의회에 나와 "연정협상 타결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산체스는 "스페인 총리가 되고 싶지만 그렇게 하려면 내 원칙들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국가에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면 그 시점이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내각 신임안이 의회에서 두 차례 잇따라 부결됨에 따라 스페인 정국의 시계는 매우 불투명해졌다.

산체스 총리 역시 표결 결과가 나온 이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향후 계획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었다.

사회노동당이 포데모스 등 야권과 추가 연정협상을 계속 거부하거나, 다시 과도내각이 다시 의회의 신임을 받는 데 실패할 경우 스페인은 오는 11월 10일 또 총선을 치러야 한다.

산체스는 앞서 의회에서 내각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조기총선을 선언한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포데모스는 연정 협상을 더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원내 소수정파들은 사회당과 포데모스 양측이 모두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카탈루냐 분리독립진영의 소수정당 ERC는 두 당이 연정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극우 복스(Vox)당이 정부에 참여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