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예비신랑의 '여사친', 알고 보니 첫사랑이었대요

와글와글 첫사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결혼. 문제없이 준비를 잘 해온던 A씨는 최근 불안감이 급습했다. 예비신랑의 '첫사랑'이 문제였다.

A씨는 며칠 전 예비신랑의 본가를 방문했다. 그간 본 적 없던 예비신랑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긴 앨범을 뒤적이며 웃음 짓던 A씨. 그러던 중 상자 하나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예비신랑이 첫사랑과 찍었던 사진, 편지 등을 발견했다.특히 신경이 쓰였던 것은 상자 속 이별 편지였다. 예비신랑의 첫사랑은 편지에 '서로 평생 잊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너무 많이 사랑했다', '가슴 한편에 품고 살겠다' 등의 내용을 적었다. 편지에는 예비신랑의 눈물로 보이는 자국도 있었다. 힘들어했을 그를 떠올리니 마음이 아팠지만 그 흔적들로 인해 A씨 역시 상처를 받았다.

예비신랑은 그 상자를 버리기로 약속했다. 그럼에도 A씨는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고, 예비신랑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에게 첫사랑에 대해 물었다. 해당 지인으로부터 들은 예비신랑의 첫사랑은 "술 마실 때마다 회자되는 여자"였다. 그간 사랑한 여자들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이 사랑했을 거라는 것이 지인의 설명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첫사랑 상대가 몇 년 전부터 예비신랑과 친하게 지냈던 유부녀 '여사친' B씨였다는 점이다. B씨는 아이가 둘이나 있는 사람이었다.A씨는 B씨와 만나 식사를 한 적도 있었다. 예비신랑이 직접 소개해 준 것이었다. 함께 자리를 할 때마다 A씨는 '이렇게 사랑스럽고 성격도 좋은 사람이라면 남자친구와 친하게 지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예비신랑의 절친이라 믿었던 사람이 첫사랑 상대였다니!

A씨는 자신에게 친구라고 속이며까지 첫사랑을 소개한 예비신랑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예비신랑은 매번 B씨의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예쁘다며 사진까지 휴대전화에 저장해두고 다녔다.고민 끝에 A씨는 예비신랑에게 괴로운 심경을 전했다. 그러자 "걔는 과거의 사람일 뿐이고 사랑했었지만 지금은 친구로서 잘 맞는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인데 무엇이 문제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혼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 식만 올리면 되는 상황에서 A씨는 파혼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무슨 생각으로 지금까지 그 관계를 유지한 건지 모르겠다", "어떻게 첫사랑이라는 걸 말하지 않고 소개할 수가 있냐", "너무 뻔뻔한데", "결혼생활 내내 찝찝해서 살 수 있겠냐", "여전히 저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첫사랑 상대의 문제가 아닌 예비신랑의 문제다", "예비신랑은 아직도 첫사랑 로맨스물을 찍고 있는 듯", "마음이 아프겠지만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과거와 현재가 전혀 다르지 않은데 어떻게 그게 과거냐", "과거 때문에 현재 소중한 사람을 잃는 행동이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결혼정보업체 가연이 남녀 351명을 대상으로 첫사랑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첫사랑의 기준을 '가장 많이 좋아한 사람'으로 정의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처음 좋아한 사람'(25%), '가장 아프게 좋아한 사람'(10%) 등이 있었다.

특히 미혼남녀 10명 중 8명은 기억에 묻은 첫사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79%가 기억에 남는 첫사랑이 있다고 응답했다. 첫사랑을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쉬움이 남아서'(40%)였다. 이어 '첫사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24%), '사랑받았던 기억 때문에'(18%), '현재 애인과 비교돼서'(10%), '안 좋은 기억이 많아서(5%) 순이었다.

현재 애인 여부와 관계없이 첫사랑을 만날 기회가 온다면, 만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9%가 "다시 잘해볼 마음이 있으면 만나겠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상당수의 미혼남녀가 첫사랑의 기준을 가장 많이 좋아했던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도 좋지만 추억이기에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사실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