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로 불거진 광주 학교 성 비위 논란 확산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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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 "지도·발언 부적절", 해당 교사 "신념으로 살아온 교사 생매장" 반발
광주 교육계 알력 노출에 애꿎은 학생들만 불안감 키워 중학교 수업 시간 중 학생들에게 틀어준 단편영화로 불붙은 광주 교육계 성 비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교사 직위해제, 수사 의뢰 등 광주시교육청의 강경 대응에 반발이 나오는 과정에서는 지역 교육계 알력까지 수면 위로 떠올라 상황이 더 꼬였다.
26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논란에 휩싸인 배이상헌 교사는 지난 24일 직위해제 됐다.
당사자는 사안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언론에 실명 공개를 요청했다. 시교육청은 부적절한 발언과 시청각 자료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과 분리 조처를 거부한 점 등을 내세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이어 직위도 해제했다.
◇ 단편 영화는 왜 논란이 됐는가
도덕 담당인 배이상헌 교사는 성 윤리 수업 중 지난해 9∼10월 1학년, 지난 3월 2학년 학생들에게 프랑스 단편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보여줬다.
11분짜리 영화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뒤집은 '미러링' 기법으로 성 불평등을 다룬 수작으로 평가된다. 다만 윗옷을 입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현실 속 남성을 꼬집듯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이 등장하고 여성들이 남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는 장면, 성기를 적나라하게 거론하는 대사 등이 학생들의 거부감을 샀다.
익명 학생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교육청은 성 비위 사건 매뉴얼을 발동시켰다.
학생 전수조사 과정에서는 수업 중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사가 ▲ 위안부는 몸을 팔았다 ▲ 남자가 여자를 꾈 때 안되면 강간하면 된다 ▲ 성관계하면 기분이 야릇하고 좋다 ▲ 너희(학생들)는 나를 식민지처럼 따라야 한다 등 취지의 발언을 수업 시간에 했다고 학생들은 진술했다.
교사가 설명하는 발언의 맥락은 이렇다.
배이상헌 교사는 "위안부 이야기는 모 대학 교수의 발언을, 두 번째는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부정하고 무시하던 시대를 비판한 것"이라며 "세 번째 발언도 '상대방의 적절하지 않은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쾌감이나 배려심 때문에 거부 의사를 표현 못 하거나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언은 "식민지, 제국주의 이런 단어는 가치적으로 배제하는(쓰지 않는) 말"이라며 "학년 초 자신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 교사를 만난다고 과목을 포기하기보다 사람마다 장점이 있으니 그 장점을 찾아서 믿고 따라와달라는 말을 하기는 했다"고 그는 말했다.
해당 학교는 최근 자체 성고충 심의위원회을 열어 성 비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교육청은 교사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안부 발언과 관련해 학생 조사 과정에서는 "'위안부는 몸을 판 것이 아니라 뺏긴 것'이라고 학생이 항의하자 선생님이 '짜장면도 사주고 돈도 받았다'고 답변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으로서는 피해를 주장한 학생들의 진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교육감 지지·견제 세력 충돌에 학생 불안 우려
배이상헌 교사는 영화 내용 등에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고 양보해도 교과 수업, 장학의 문제로 다룰 사안인데도 성 비위로 섣불리 판단했다고 반발했다.
민원이 제기되면 해당 교사에게 최소한이라도 확인하고 많은 학생이 수업내용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파악해 경험, 상식, 법규에 근거해 판단하면 되는데도 일방의 입장만 듣고 성 비위 교사로 몰아세웠다는 주장이다.
일부 교사들은 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하고 피켓 시위를 하면서 교사에게 힘을 실었다.
교육 시민단체인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성명을 내고 "시교육청 의뢰로 경찰은 수사를 개시하고 경찰 수사 개시 통보를 근거로 교육청은 해당 교사를 직위 해제한다"며 "교사의 수업 중 행위는 교육 현장의 맥락이 아닌 형사·사법의 잣대로 판단돼 긴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시교육청은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권고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시 교육청은 교육부 매뉴얼을 잘못 적용하고 성 비위 여부 판단, 사안 경중에 맞는 조사·해결 방안을 전문적으로 판단할 역량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얼핏 현장의 성교육 방식이나 수위를 화두로 던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지역 교육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장휘국 교육감을 지지 또는 견제하는지에 따라 갈린 세력의 충돌로 어른 싸움이 아이들을 멍들게 한다는 우려도 있다.
배이상헌 교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의견은 달랐으나 신념으로 살아왔던 한 교사를 생매장하기로 작정한 것은 왜일까"라는 의미심장한 게시물을 올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대응에 의도가 있다는 시선은 피해를 주장한 학생 진술을 허위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광주 교육계 알력 노출에 애꿎은 학생들만 불안감 키워 중학교 수업 시간 중 학생들에게 틀어준 단편영화로 불붙은 광주 교육계 성 비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교사 직위해제, 수사 의뢰 등 광주시교육청의 강경 대응에 반발이 나오는 과정에서는 지역 교육계 알력까지 수면 위로 떠올라 상황이 더 꼬였다.
26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논란에 휩싸인 배이상헌 교사는 지난 24일 직위해제 됐다.
당사자는 사안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언론에 실명 공개를 요청했다. 시교육청은 부적절한 발언과 시청각 자료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과 분리 조처를 거부한 점 등을 내세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이어 직위도 해제했다.
◇ 단편 영화는 왜 논란이 됐는가
도덕 담당인 배이상헌 교사는 성 윤리 수업 중 지난해 9∼10월 1학년, 지난 3월 2학년 학생들에게 프랑스 단편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보여줬다.
11분짜리 영화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뒤집은 '미러링' 기법으로 성 불평등을 다룬 수작으로 평가된다. 다만 윗옷을 입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현실 속 남성을 꼬집듯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이 등장하고 여성들이 남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는 장면, 성기를 적나라하게 거론하는 대사 등이 학생들의 거부감을 샀다.
익명 학생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교육청은 성 비위 사건 매뉴얼을 발동시켰다.
학생 전수조사 과정에서는 수업 중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사가 ▲ 위안부는 몸을 팔았다 ▲ 남자가 여자를 꾈 때 안되면 강간하면 된다 ▲ 성관계하면 기분이 야릇하고 좋다 ▲ 너희(학생들)는 나를 식민지처럼 따라야 한다 등 취지의 발언을 수업 시간에 했다고 학생들은 진술했다.
교사가 설명하는 발언의 맥락은 이렇다.
배이상헌 교사는 "위안부 이야기는 모 대학 교수의 발언을, 두 번째는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부정하고 무시하던 시대를 비판한 것"이라며 "세 번째 발언도 '상대방의 적절하지 않은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쾌감이나 배려심 때문에 거부 의사를 표현 못 하거나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언은 "식민지, 제국주의 이런 단어는 가치적으로 배제하는(쓰지 않는) 말"이라며 "학년 초 자신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 교사를 만난다고 과목을 포기하기보다 사람마다 장점이 있으니 그 장점을 찾아서 믿고 따라와달라는 말을 하기는 했다"고 그는 말했다.
해당 학교는 최근 자체 성고충 심의위원회을 열어 성 비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교육청은 교사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안부 발언과 관련해 학생 조사 과정에서는 "'위안부는 몸을 판 것이 아니라 뺏긴 것'이라고 학생이 항의하자 선생님이 '짜장면도 사주고 돈도 받았다'고 답변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으로서는 피해를 주장한 학생들의 진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교육감 지지·견제 세력 충돌에 학생 불안 우려
배이상헌 교사는 영화 내용 등에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고 양보해도 교과 수업, 장학의 문제로 다룰 사안인데도 성 비위로 섣불리 판단했다고 반발했다.
민원이 제기되면 해당 교사에게 최소한이라도 확인하고 많은 학생이 수업내용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파악해 경험, 상식, 법규에 근거해 판단하면 되는데도 일방의 입장만 듣고 성 비위 교사로 몰아세웠다는 주장이다.
일부 교사들은 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하고 피켓 시위를 하면서 교사에게 힘을 실었다.
교육 시민단체인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성명을 내고 "시교육청 의뢰로 경찰은 수사를 개시하고 경찰 수사 개시 통보를 근거로 교육청은 해당 교사를 직위 해제한다"며 "교사의 수업 중 행위는 교육 현장의 맥락이 아닌 형사·사법의 잣대로 판단돼 긴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시교육청은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권고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시 교육청은 교육부 매뉴얼을 잘못 적용하고 성 비위 여부 판단, 사안 경중에 맞는 조사·해결 방안을 전문적으로 판단할 역량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얼핏 현장의 성교육 방식이나 수위를 화두로 던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지역 교육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장휘국 교육감을 지지 또는 견제하는지에 따라 갈린 세력의 충돌로 어른 싸움이 아이들을 멍들게 한다는 우려도 있다.
배이상헌 교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의견은 달랐으나 신념으로 살아왔던 한 교사를 생매장하기로 작정한 것은 왜일까"라는 의미심장한 게시물을 올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대응에 의도가 있다는 시선은 피해를 주장한 학생 진술을 허위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