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도 보람이처럼"…유튜브 '애테크' 아동학대 우려

中企 빰치는 수익 올리기도
영상제작 과정 '학대' 논란
보람튜브 화면 캡처
“오늘은 처음으로 매운 양념치킨을 먹어보는 날이에요. ‘좋아요’와 ‘구독’ 먼저 꼭 눌러주세요.”

영상을 재생하자 네 살짜리 여자아이가 성인용 쿠션 화장품을 들고 볼을 두드린다. 엄마가 아이의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주기도 한다. 서툰 말투로 준비된 대사를 외우는 모습이 마치 아역배우 같다. 몇 분 후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고 자리를 뜨려 하자 목소리만 나오는 부모는 다시 관심을 유도하려 애쓴다. 유튜브에서 한창 유행 중인 ‘키즈 크리에이터’ 영상의 한 장면이다.
얼마 전 인기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의 주인공 이보람 양(6)이 서울 청담동에 95억원에 달하는 빌딩을 산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된 가운데, 어린 자녀들을 동원해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 콘텐츠로 고수익을 올리는 ‘애테크(아이+재테크)’란 신조어도 유행 중이다. 그러나 영상을 찍고 올리는 과정에서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아동에게 무리한 행동을 시키는 경우도 많아 아동학대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中企 못지않은 수익에 ‘애테크’ 유행26일 유튜브에 ‘4살’ ‘6살’ 등의 단어를 검색하면 최근 업로드된 동영상 수십 개가 뜬다. “카메라 욕심 많은 6살의 유튜브 도전기”, “5살 피곤하고 현실적인 ‘겟 레디 위드 미(외출 준비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 “4살 김지윤(가명) 댄스” 등의 제목이 달렸다. 하루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비디오 블로그)’부터 ‘먹방(먹는 방송)’, 장난감 리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대다수 ‘키즈 유튜버’들은 부모와 함께 영상을 찍는다. 촬영 및 편집 담당 ‘프로듀서’는 아빠, ‘스타일리스트’는 엄마, ‘아역배우’ 역할은 어린 자녀가 맡는 식이다. 총 구독자 4000만 명에 육박하는 4개 유튜브 채널을 가진 ‘보람패밀리’는 보람 양의 아빠, 엄마, 삼촌 등으로 구성된 가족회사다. 어린 자녀를 출연시킨 영상이 막대한 광고 수익을 가져다주는 등 소위 ‘대박’이 나면서, 유튜브 운영을 본업으로 삼겠다며 직장을 그만두는 부모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람튜브의 월 광고수입은 35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둥이들의 일상·먹방 콘텐츠를 올리는 ‘쌍둥이 루지’ 채널의 월평균 광고 수익은 약 11억원, 육아 콘텐츠를 게재하는 ‘서은이야기’는 2억7000여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 시청자인 아동들은 광고를 중간에 넘기지 않고 영상을 반복 재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키즈 채널의 광고 수익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악플 읽기’까지 시켜…“정서적 학대”

그러나 영상을 찍는 과정에서 아동학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람튜브’는 2017년 부모가 딸에게 아이를 임신해 출산하는 연기를 시키고,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게 하는 등 선정적인 콘텐츠를 제작해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보호 처분을 받았다. 구독자 68만 명을 보유한 ‘뚜아뚜지TV’는 지난달 여섯 살 쌍둥이에게 10㎏짜리 대왕문어 다리를 통째로 먹이는 영상을 올려 빈축을 샀다. 한 번에 아이스크림 열 개 이상을 먹게 하거나, 아이에게 달린 악플을 스스로 소리내 읽게 한 영상도 있다.

국제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현실과 연출된 상황을 구분하기 어려운 나이인 만큼 정서적 발달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며 “어린이 콘텐츠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를 삭제·신고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유튜브 관계자는 “본사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는 삭제하고 해당 행위가 반복되면 계정을 해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발빠른 대처를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하고 머신러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올해 1분기에만 아동 안전 방침에 위반되는 동영상 약 80만 개를 삭제했다.

신연수 기자/신지혜 인턴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