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부상 달고 산 고통 알기에…'AI 스포츠 닥터'에 인생 걸었죠"

스포츠 스타트업

프로축구선수서 IT사업가 변신

수원 삼성 골키퍼 활약하다
불의의 부상으로 조기 은퇴
이상기 QMIT 대표가 ‘기계 학습 기반 부상 모델 생성 장치’ 등의 특허등록증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대표는 “후배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운동하는 데 QMIT가 도움이 됐으면 바랄 게 없다”고 했다. /QMIT 제공
“우리나라 스포츠 선수 평균 은퇴가 몇 살인지 아세요?”

지난 25일 서울 강서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기 큐엠아이티(QMIT) 대표(32)에게 ‘인공지능(AI) 부상 관리 솔루션’인 QMIT를 설립한 이유를 묻자 곧장 질문이 돌아왔다. 기자가 말을 더듬는 사이 컴퓨터 파일을 연 이 대표가 말을 이어갔다. “스포츠개발원이 조사했는데, 2016년 기준 겨우 23.8세입니다. 프로에 데뷔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0.1%의 선수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빛도 보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거죠.”
이 대표는 ‘조기 은퇴’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성공의 문앞까지 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고 2010년에는 골키퍼로 성남 일화에 입단하며 꿈에 그리던 프로무대를 밟았다. 이듬해에는 K리그 명문 수원 삼성으로 이적했다.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치골 피로 골절’이라는 생각지도 않은 부상이 왔다. 군복무를 제외하면 프로에서 5년 남짓한 시간을 보낸 게 전부. 2017년 유니폼을 벗었다.

“치골은 정말 오랜 기간 피로가 쌓이지 않고는 잘 부러지지 않는 부위라고 병원에서 말하더군요.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고 억울했죠. 그나마 서른 살을 채웠으니 그래도 저는 행운아였다고 해야 할까요. 저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젊은 나이에 부상으로 그만둔 선수들은 어땠을까요.”인생 최대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았다. 현장에서 절박하게 느꼈던 문제들을 차근차근 떠올렸다. QMIT 비즈니스 모델 퍼즐이 하나둘 맞춰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1 대 1 스포츠 주치의’ 앱(응용프로그램)이다. 선수들은 훈련한 뒤 몇 번의 클릭으로 통증 부위 등을 간단히 입력만 하면 된다. QMIT는 특허받은 부상 예방 알고리즘을 통해 이를 분석한다. QMIT는 축적된 5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다음 부상 부위를 예측하는 단계로까지 진화했다.

“유럽은 1명의 코치가 보통 5~7명의 선수를 관리하지만 우리나라는 20~30명을 관리하고 있어요. 여기서부터 부상 확률이 확 올라가는 거죠. 그렇다고 아마추어 무대에서 선수 모두를 일일이 케어해주는 것은 비용 면에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유럽과 비교해 시장 규모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요. QMIT는 이에 비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선수 개개인의 건강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지도자에게 알려줍니다. 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메신저를 통해 상담해주고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하고요.”

반응은 뜨겁다. 올초 개인용으로 월 5만원에 제공한 ‘테스트 버전’ 가입자 약 1000명 중 대다수가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QMIT 서비스를 시범 도입한 고려대(여자축구), 성균관대는 최근 전국대회에서 모처럼 우승을 맛봤다. 스마트벤처캠퍼스 서울 우수 기업, 신용보증기금 벤처스퀘어 1위, 국민체육진흥공단 창업 데모데이 우수기업 등 상복도 터졌다. 테스트 기간 전반기 매출만 1억원. 올해 약 5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공식 서비스는 다음달부터 시작한다.“후배들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운동했으면 좋겠어요. QMIT가 그걸 도울 수 있으면 바랄 게 없습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