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일 갈등 중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 있다"
입력
수정
지면A3
訪美 의원단 면담서 난색 표명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는 “한·일 두 나라 다 (미국의) 맹방이어서 미국이 어느 한쪽에 기울어서 중재 역할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유명희 만난 로스 美 상무장관
"日 조치에 필요한 역할 하겠다"
한·미·일 3국 의원회의 참석차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퍼 부차관보가 이날 한국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견해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또 “한·일 경제갈등은 한·미·일 안보 협력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미국 정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란 취지의 언급을 했다.내퍼 부차관보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그동안 한·일 갈등에 대해 ‘한·일 간 해결이 우선’이라고 밝히며 한·일 대화를 ‘독려’하는 것 외에 ‘중재’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혀왔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9일 한·일 갈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관여를 요청했다면서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관여)할 것”이라며 당장 중재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대미(對美) 여론전’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로스 장관도 이번 일본의 조치가 미국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스 장관이) 미국도 필요하면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로스 장관의 발언은 유 본부장이 일본 측 조치가 조속히 철회될 수 있도록 미국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유 본부장은 ‘미국 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걸 로스 장관이 인지하고 인정했다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재’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유 본부장의 발언과 미국의 기존 입장에 비춰볼 때 미국이 생각하는 역할은 한·일 갈등을 직접 중재하는 게 아니라 한·일이 외교채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쪽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