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에 자매도시 관계 경색될까…경남 지자체 '노심초사'

'보이콧 일본' 확산에 행사 취소 늘어, 관계 끊기면 회복 어려워 속 태우기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로 양국간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양국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마저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일 갈등이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여행 취소 등으로 번지자 오랜 기간 일본 지자체와 교류한 경남 지자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만 태우는 실정이다.

27일 경남도에 따르면 도를 포함한 14개 시·군은 일본 25개 지역과 자매도시·우호교류도시 관계를 맺고 있다.

자매 도시는 일반적으로 문화 교류나 친선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 관계다. 도시들끼리 서로 제휴하고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 친선 관계를 맺는 것으로 주로 의향서나 양해각서를 체결해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

최근 '보이콧 일본' 분위기에 발맞춰 경남 일부 지자체도 교류 행사를 급히 취소하는 등 관련 조처에 나섰다.

거제시는 2012년 자매결연을 한 후쿠오카현 야메시에 31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청소년 문화교류 방문을 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하고 독도 탐방을 검토하기로 했다. 창원시도 내달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오가키시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창원시립소년소녀합창단 교류공연을 연기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다소 난감한 기색을 보이며 속만 태우는 지자체도 있다.

해외 교류는 한번 관계가 끊기면 다시 회복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 등 타지역 지자체에서 교류사업 전면 재검토 등 완강한 태도를 취하자 지자체들은 이에 따르지 않으면 혹시라도 여론의 뭇매를 맞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진주시는 여름방학을 맞아 내달 15일 우호교류도시인 마쓰에시 중학생들이 진주를 방문할 예정인데 이를 그대로 추진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김해는 9월 말 무나카타시 미아레축제 방문, 김해시체육회 민간스포츠 교류, 10월 박물관 교류 등을 계획했으나 현재 망설이는 상태다.

함안군도 자매도시인 이누야마시와 10월 말 청소년 교류 행사 등이 예정됐으나 상황에 따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함안군 관계자는 "국가 사이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나중에 관계가 개선됐을 때를 대비해 작은 지자체 사이의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며 "청소년 교류 행사만 하더라도 올해가 처음이고 규모도 크지 않아 중단하기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실무협의까지 모두 마무리됐는데 한일 관계가 악화하며 추진하지도 못하고 중단하지도 못해 실무자들 입장이 매우 난처하다"며 "행사 전까지 어떻게든 양국 사이가 개선되기만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달 우호교류도시인 가사오카시 학생들이 청소년 교류사업으로 방문 예정인 경남 고성군은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학생 교류 사업이고 우리가 가는 게 아닌 그쪽에서 오는 것이라 그대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조촐하게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