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 잡고 자생꽃에 반하고…깊은 산골 '無더위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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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깊은 산이 마을을 휘감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봉화에는 자연을 벗 삼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봉화의 여름축제 속에 풍덩 빠지면 한여름 무더위는 어느새 날아가 버리고 추억이 땀방울처럼 송골송골 맺힌다. 산과 물에서 흥겨운 축제가 열리는 봉화로 떠나보자.
경북의 보석 봉화이야기 - 여름축제
은어를 맨손으로 잡는 봉화은어축제봉화읍 중심에 있는 내성천 한가운데서 은어잡기 체험과 신나는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봉화은어축제가 7월 27일~8월 4일 봉화읍 체육공원과 내성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21회째인 봉화은어축제에서는 은어잡기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내성천에서는 대나무로 손잡이를 만든 그물인 반두를 이용해 은어를 잡는다.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수영장에서는 풀어놓은 은어를 맨손으로 잡을 수 있다. 수변무대에서는 트로트부터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나와 공연을 펼친다.맑고 깨끗한 1급수에 사는 은어는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며 수박향이 난다. 예전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숙종 25년(1699)에 전라감사가 “진상 은어를 바치지 못한 남원·장흥부사, 곡성·순창·보성군수 등 수령 아홉 명과 소신을 내쳐달라”는 상소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전해진다.
봉화은어에는 오메가3 지방산 및 미백효과가 있는 단백질과 펩타이드가 들어 있어 피부 노화를 예방하는 데 좋다. 은어축제에서 잡은 은어는 회로 먹으면 수박향을 느낄 수 있지만 살이 금방 물러지기 때문에 바로 먹어야 한다. 은어구이, 은어튀김, 은어무침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자생꽃의 향연 봉자페스티벌
봉화의 자생식물 축제를 줄여서 만든 ‘봉자페스티벌’은 이름부터 눈길이 간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자생식물 축제인 제1회 봉자페스티벌은 7월 20일~8월 11일 ‘봉화 자생식물 우리 꽃 축제’라는 테마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열린다. 봉자페스티벌은 자생식물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리고, 자생식물을 지역농가가 위탁 재배해 농가의 소득도 올리는 일석이조의 축제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수목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비바늘꽃군락의 핑크빛 물결이 펼쳐진다. 나비가 춤추는 듯 꽃잎이 하늘거리는 들판에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물의정원에서는 ‘물위에 뜬 별-수련’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열대, 온대 지역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수련을 만날 수 있다. 왕관처럼 화려한 빅토리아 수련도 볼 수 있다. 무지개정원에는 나무와 어우러진 24종의 백합이 수만 송이 피어있다.트램을 타고 야생화 언덕에 내리면 1만8843㎡의 넓은 부지에 보랏빛 털부처꽃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줄지어 피어 있다. 에코로드 전망대에 올라 들판을 바라보면 이름도 독특한 긴산꼬리풀, 분홍바늘꽃이 진분홍빛 장관을 이룬다. 주말에는 야외무대에서 재즈 밴드 공연, 기타 연주 등 수목원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야생화만 있는 게 아니다. 7080세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정원에서 어린 시절 뛰놀던 돌담 마당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자작나무 숲길에서 뿜어 나오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 가슴 속까지 시원하다. 호랑이숲에서 백두대간수목원에 살고 있는 호랑이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다육식물 토피어리 만들기, 봉숭아물들이기 체험은 여름 꽃밭의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다.여름에 만나는 분천 산타마을소천면 분천역에 있는 분천산타마을에 들어서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만나게 된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건너편에서 산타와 루돌프가 반갑게 맞이한다. 201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회째인 한여름 산타마을은 7월 20일~8월 18일 분천역 주변에서 운영된다. 분천 산타마을의 스노하우스에서 한여름에 눈을 맞는 경험은 이색적이다. 풍차놀이터 근처에서 어린이 산타낚시, 대형 퍼즐 맞추기, 산타 물총놀이 등 다양한 체험을 하며 여름방학의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분천역에서 출발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낙동강 맑은 물을 따라 달린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더위는 저만큼 달아난다.
국내 최고 풍경을 즐기자
봉화의 여름축제를 즐겼다면 최고의 풍경을 만날 차례다. 명호면 만리산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오렌지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라는 펜션 카페가 있다. 경북 예천에 살던 부부가 10년 전 깊은 산 속에 터를 잡아 그림 같은 청량산을 전망할 수 있는 펜션과 카페를 지었다. 펜션 마당과 카페의 커다란 창문으로 풍경을 내다보면 ‘왜 첩첩산중에 이런 공간을 마련했을까’라는 의구심은 금세 사라진다. 숲 안에서는 숲 전체를 볼 수 없듯 맞은편 산자락에 서니 아름답기로 소문난 청량산 비경이 제대로 보인다.창가 테이블에 앉아 야생꽃차를 마시며 청량산의 높고 푸른 능선과 산길 따라 흐르는 낙동강 물길을 굽어본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초록 물결을 내려다보면 저절로 눈이 맑아진다. 펜션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어 숲속의 하룻밤은 보낼 순 없었지만 진귀한 풍경 속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있노라니 돌아가야 할 가파른 산길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봉화=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