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림·독특한 동식물·다양한 부족문화…해적의 역사 간직한 '코뿔새의 땅' 사라왁
입력
수정
지면E8
여행의 향기
말레이시아 사라왁
아름다운 강변과 고양이 박물관사라왁의 주도 쿠칭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사라왁 강은 쿠칭 시민의 삶의 터전이자 사라왁주 곳곳으로 연결되는 교통로다. 강 위에는 쿠칭의 중요 교통수단인 쪽배들이 떠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사라왁 강 남쪽은 영국 식민지 시대에 유럽식으로 지어진 관공서를 비롯해 여러 박물관과 호텔, 유명 레스토랑, 상점 등이 모여 있는 쿠칭시의 중심부다. 관광안내소와 스퀘어타워가 있는 서쪽 지역에는 시청사와 시장, 모스크 등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관광 명소가, 동쪽으로 툰쿠 압둘 라만 거리 주변에는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쇼핑센터가 모여 있다.
원시 자연의 모습 간직한 사라왁 박물관
사라왁에서 매력적인 관광지 중 하나가 사라왁 박물관이다. 사라왁주는 원시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데다 28개의 다양한 부족이 다채로운 전통문화를 지키며 살고 있어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불린다. 사라왁 박물관은 이처럼 방대한 사라왁의 자연과 문화를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모아 놓은 곳으로, 쿠칭 시내에 구관과 신관으로 나뉘어 자리하고 있다. 구관에는 보르네오 자연사를 중심으로 민속 예술품과 공예품 등이, 신관에는 18세기 이후 영국과 일본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하기까지의 역사가 전시돼 있다.사라왁 박물관과 이슬람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관광지라기보다 현지인의 생활 터전으로 의미있는 사톡 거리가 있다. 사톡 거리가 쿠칭 시민에게 중요한 이유는 주말마다 이곳에서 선데이 마켓, ‘말레이 깜뽕’이란 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매주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낮 12시까지 장이 열리면 주변에 사는 원주민과 쿠칭 시민이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모여 든다. 쿠칭 시민은 주로 생선, 채소 등 식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장터를 찾는다. 원주민이 전통 방법으로 직접 요리하는 독특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사라왁 민속촌에서는 현재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일곱 민족의 주거양식과 전통 공예품 등을 전시하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음악과 춤 등 사라왁 전통 문화를 표현한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사라왁 민속촌은 월드 하비스트 페스티벌과 레인포레스트 월드 뮤직 페스티벌 등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구눙 물루 국립공원 등 다양한 공원 공존
보르네오 섬의 동굴들은 자연이 창조해낸 최고의 예술품으로 태고의 역사를 간직한 채 유구히 존재해온 석회암 동굴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대하다. 그중에서도 구눙 물루 국립공원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됨으로써 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알리게 됐다.
구눙 물루 국립공원의 사슴 동굴(Deer Cave)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동굴 크기를 자랑한다. 수많은 박쥐가 서식하며, 저녁이면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광경도 목격된다. 바람 동굴(Wind Cave)과 클리어워터 동굴은 전체 길이 100㎞ 이상에 이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동굴이다. 왕복 사흘에 걸쳐 가야 하는 비경인 피너클스에는 칼 모양의 석회암이 몇십 개나 서 있어 장관을 이룬다.
구눙 물루 국립공원의 랭 동굴(Lang’s Cave), 사슴 동굴, 바람 동굴, 클리어워터 동굴 등 4개 동굴을 가리켜 쇼 케이브(Show Caves)라고 부른다. 모두 당일치기로 탐사할 수 있으며 산책로 등 정비가 잘 돼 있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
사라왁 근방에는 구눙 물루 국립공원 외에도 국립공원이 여러 곳 있는데 그중에서 바코국립공원은 오랜 세월의 침식에 의해 빚어진 곶과 바다가 역동적인 풍광을 연출하며, 안으로 들어가면 뱀처럼 머리를 쳐든 기암괴석도 찾아볼 수 있다. 내륙부에는 광대한 열대 원생림이 펼쳐지고 각양각색의 동식물과 접하게 된다.취재협조: 말레이시아관광청, 말레이시아항공
김하민 여행작가 ufo204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