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친해지고 아내도 취업하고…육아휴직자 20%는 '아빠'

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 1만1천80명…31% 급증
대구의 직장인 A 씨는 전업주부인 아내가 수술을 받아 아들 2명을 돌보기 어려워지자 큰맘 먹고 육아휴직을 냈다.직장 일에 바빠 아이들과도 서먹해져 가던 차였다.

아이들과 관계도 회복하고 가정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A 씨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주자 여유가 생긴 아내는 몸이 덜 나았는데도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열정적으로 학원에 다니는 아내를 보며 A 씨는 '아내도 원래 공부를 좋아했는데 그동안 엄마의 역할만 강요받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는 몇 달 만에 자격증을 따 집 근처 초등학교에 방과 후 수업 보조강사로 취업했다.

육아휴직은 A 씨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그에게 잘 안기지도 않던 아이들은 같이 놀아주는 아빠가 너무 좋다며 "내일도 모레도 회사에 안 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육아휴직을 계기로 진정한 가족 구성원이 됐다.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A 씨처럼 육아휴직을 내는 아빠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 부문 육아휴직자 5만3천494명 가운데 남성은 1만1천80명으로, 20.7%를 차지했다.

육아휴직자 5명 중 1명꼴로 남성인 셈이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작년 동기(8천466명)보다 30.9% 급증했다.

노동부는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2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부 집계는 고용보험의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로, 공무원과 교사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포함하지 않는다.
남성 육아휴직자의 증가세는 '맞벌이'뿐 아니라 '맞돌봄' 문화가 확산하고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높여 소득 감소 부담을 덜어준 데 따른 것으로 노동부는 보고 있다.

노동부는 2017년 육아휴직 첫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60%로 높인 데 이어 올해부터는 첫 3개월 이후 급여도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인상했다.

2014년 도입한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도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에 기여했다.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는 한 자녀에 대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육아휴직 급여를 월 250만원의 한도 내에서 통상임금의 100%로 지급하는 제도다.

올해 상반기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이용자는 4천833명(남성 4천258명)으로, 작년 동기(3천94명)보다 56.2% 급증했다.

기존에 200만원이던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의 월 상한액이 올해부터 250만원으로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 가운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속한 사람은 6천285명으로, 56.7%를 차지했다.

아직도 남성 육아휴직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남성 육아휴직자 중 300인 미만 사업장에 속한 사람의 비율(43.3%)은 작년 동기(40.8%)보다 소폭 올랐다.

노동부는 중소기업의 남성 육아휴직도 점차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이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노동자가 신청하면 근로시간을 주 15∼30시간으로 줄이는 제도로, 임금 감소분의 일부를 정부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로 보전한다.

올해 상반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용자는 2천759명으로, 작년 동기(1천986명)보다 38.9% 증가했다.올해 상반기 이용자 가운데 남성은 326명(11.8%)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