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兆 한국형 헤지펀드, 절반이 올해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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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3
위기의 한국형 헤지펀드 (2) 부진한 수익률한국형 헤지펀드의 시장 규모가 30조원대로 급성장했지만 내실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는 운용 목표가 무색하게 상당수 운용사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고 업계 전체 수익률도 시장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절대수익 추구한다더니…
수익률 코스피지수에도 못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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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절반 이상의 운용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시중 자금도 몇몇 인기 운용사에만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전문사모운용사 169개 중 47.3%인 80개사가 적자를 냈다.
이 중 상당수는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기자본 수익률이 악화된 데다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로 비용은 계속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자기자본 요건인 7억원을 밑돌아 퇴출 위기에 놓인 운용사도 늘고 있다.고객 돈도 단기채권형 펀드의 일종인 ‘레포펀드’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올해 순자산 규모가 2조6457억원 늘어난 신한금융투자의 헤지펀드가 대부분 레포펀드다. 주식 롱쇼트 전략이 중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순자산 규모는 올해 3184억원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헤지펀드업계 전반의 신뢰 문제까지 제기되자 발을 빼는 고액 자산가들도 늘고 있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전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규모로 난립한 헤지펀드가 줄줄이 문을 닫게 되면 추가 고객 손실로 이어질 소지가 큰 만큼 감독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돈을 맡기는 고객들도 헤지펀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