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성장·전이 차단 단백질 역할 규명…"항암치료 새 전략 제시"

분당차병원 연구진, 쥐 실험으로 '스팅 단백질' 활성제 효과 확인

국내 연구진이 암의 성장과 전이를 차단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규명해 새 항암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차의과대 분당차병원 김찬·전홍재 교수·양한나 박사 연구팀은 면역세포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팅'(Sting)이라는 단백질이 암의 비정상적인 혈관을 차단해 종양의 성장과 전이를 억제함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진은 난치암환자 400여 명의 암 조직을 분석, 암 혈관에서 스팅 단백질이 많이 발현될수록 예후가 좋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스팅 단백질이 암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가설을 세우고, 암을 앓는 쥐를 통해 단백질의 역할을 알아봤다.쥐에 스팅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약물(스팅 작용제)을 넣어주자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가 증가했고 동시에 암 종양 속에 있는 비정상적인 혈관이 일부 사라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종양 안에는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해로운 혈관과 면역 반응을 촉진하는 이로운 혈관이 있는데, 약물로 암 혈관세포 속 스팅을 활성화하면 해로운 혈관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면역세포가 암 내부로 잘 침투할 수 있게 만든다.면역항암치료 내성의 원인 중 하나는 무분별하게 생긴 암 혈관이 면역세포가 종양 내로 침투하지 못하게 방해하기 때문이었는데 이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한 셈이다.

쥐에게 스팅 작용제와 암혈관 신생 억제제, 면역 항암제를 한 번에 투여하면 종양 성장이 강력하게 억제됐고 암세포 전이도 감소했다.

실험 쥐의 60%에서는 세 가지 약을 동시에 쓸 때 항암제 내성이 있는 암 종양도 소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스팅 작용제와 다른 약의 병용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앞서 면역세포에서는 스팅 단백질의 기능이 일부 규명됐다.

이 단백질은 암세포에서 나온 DNA(유전물질) 조각을 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해 면역세포의 '공격' 채비를 돕는다고 알려졌다.

이에 스팅을 활성화하는 작용제에 대한 임상 연구가 다국적 제약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찬 교수는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증강하고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확인한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어 "스팅 작용제를 이용한 면역항암 치료는 신장암, 간암, 췌장암, 방광암과 같은 난치성 암 치료에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니컬 인베스티게이션'(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25일 자)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