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분단은 필연적…독립과 통일 양립 불가능했다"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가 쓴 '한반도 분단의 기원' 출간
독립을 달성하려고 하면 통일을 할 수 없고, 통일을 하려고 하면 전쟁이 불가피해지는 불편한 상황.
일본에서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기주쿠대 명예교수는 신간 '한반도 분단의 기원'에서 해방 이후 한반도 정세를 이렇게 요약했다. 오코노기 교수가 '한국전쟁: 미국의 개입과정'에 이어 30여년 만에 해방 이후 한반도 정치 공간을 분석해 내놓은 이 책은 원제에 '독립과 통일의 상극'이라는 문구가 있다.

국제정치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1945년 무렵 한국인이 독립과 통일을 모두 얻지 못한 이유를 외부 환경에서 찾는다.

즉 외세가 세력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분단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군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시점이 절묘했다고 분석한다.

만일 원자폭탄이 빨리 떨어졌다면 미국이, 반대로 늦게 터졌다면 소련이 한반도 전체를 장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반도 분단은 제2차 세계대전 종결이나 미·소 냉전과 밀접히 관련됐다"며 "바꿔 말하면 두 대전의 틈바구니에서 진행된 하나의 프로세스였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소련 충돌 기저에는 안보관 차이가 있었다.

미국은 일본이 지배한 지역에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따른 '자유와 독립'을 이식하고자 했으나, 소련은 지정학적 불안감 때문에 방어선을 분명하게 확보하고자 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처럼 한반도 분단에는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결국 한국전쟁으로 이어졌는데, 국내 주요 정치인들이 갈등을 빚으면서 통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저자는 에필로그에 "한반도 분단에서 한국 민족지도자 역할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면서도 "이승만도, 김구도, 김일성도, 박헌영도, 여운형도, 김규식도, 조만식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적었다.

나남. 류상영·서승원 외 옮김. 700쪽. 3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