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노조 "경찰, 감로수 비리 부실수사…검찰이 밝혀야"

"자승 前원장 말만 믿고 무혐의…감로수 공급단가도 '뻥튀기'" 주장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조합이 '감로수' 생수사업 과정에서 배임 의혹이 제기된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한 경찰 수사 결과를 비판하며 검찰의 전면적인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계종 노조는 30일 '자승 전 총무원장 생수(감로수) 비리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내 이같이 주장하며 "자승스님의 변명을 그대로 믿고 혐의없다고 말하는 서초경찰서의 수사는 상식에 반하는 부실 수사"라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자승 전 원장은 지난달 10일 받은 경찰 조사에서 감로수 판촉 마케팅을 담당했던 ㈜정을 모르고, 이 업체에 감로수 500㎖ 1병당 50원의 판촉 수수료가 지급된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이런 자승 전 원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조계종이 감로수 생수 사업을 통해 손해를 본 게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감로수는 조계종과 하이트진로음료가 자승 전 원장 재직 시절인 2011년 생산하기 시작한 생수를 말한다.

하이트진로음료가 만드는 생수에 감로수라는 상표를 부착해 조계종 소속 전국 사찰에 공급했다.

노조는 사업 과정에서 하이트진로음료가 조계종에 지급해야 할 상표사용 수수료(로얄티) 중 일부가 자승 전 원장 지시에 따라 제삼자인 ㈜정에 지급돼 종단에 총 5억7천만원가량의 손해가 났다고 주장하며 자승 전 원장을 고발했다. 노조는 '자승 전 원장이 특정한 사람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라고 했다'는 하이트진로음료 직원의 전화녹취 내용을 이런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또 자승 전 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은정불교문화진흥원에서 ㈜정의 감사인 김모씨가 6년간 이사로 있었던 점, 자승 전 원장 동생이 ㈜정의 이사로 3년간 등재됐던 점, ㈜정이 실제로는 피부과 원장인 김씨 병원과 주소가 동일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는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노조는 ㈜정이 하이트진로음료와 감로수 판촉 계약을 했지만 실제 감로수 판촉을 한 것은 조계종단이었다며 2011년 홍보 비용으로 최소 2천900만원, 담당자 인건비까지 포함할 경우 9천만원가량 종단 예산에서 지출됐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하이트진로음료 측은 ㈜정의 판촉 활동이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나자 ㈜정에 줬던 수수료가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대가로 건네는 '사업제안 수수료'라고 항변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은 ㈜정에 수수료를 지급한 것은 하이트진로음료와 ㈜정이 맺은 감로수 판촉 계약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노조는 조계종과 하이트진로음료가 감로수 계약을 맺을 당시 생수 공급단가가 두 배 이상 부풀려졌다고는 주장도 내놨다.

2010년 자승 전 원장 도장이 찍힌 양측간 계약서를 보면 500㎖ 감로수 1병은 공급단가가 400원이다.

여기서 종단에 떼어가는 상표사용 수수료 100원을 제외하면 공급단가는 300원이다.

당시 같은 용량의 다른 브랜드 생수 공급단가와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이 비싸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검찰이 감로수 공급단가가 부풀려진 원인을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며 ㈜정의 실체, 자승스님과 하이트진로음료 간 관계 등도 밝히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