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 등 8개월 추적' 석유관리원, 가짜경유 조직 잡았다

한국석유관리원 직원들이 잠복 근무 등을 통해 100억원어치가 넘는 ‘가짜 경유’를 유통시킨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석유관리원은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합동으로 가짜 경유를 제조해 전국 주유소를 통해 판매한 조직을 적발했다고 30일 발표했다.조사 결과 제조 총책인 최모씨(46)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전 등지에 제조장을 차려 등유, 윤활기유 등을 혼합한 가짜 경유를 만들고 충청, 강원, 경북지역 주요소 6곳을 임차해 128억원(약 980만ℓ) 상당을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 경유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면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정상 경유 대비 수십 배 증가한다. 또 연비가 나빠지고 출력이 떨어지며 차량의 고압 펌프와 인젝터를 파손시킬 수 있다.

이 조직은 단속을 피해 제조장을 대전, 충남 금산, 충북 진천 등으로 수시로 옮겼고 임차 주요소 대표에는 ‘바지사장’을 내세웠다. 제조책과 유통책, 판매책으로 역할을 철저히 분담하기도 했다.석유관리원 대전세종충남본부는 지난해 석유제품 거래상황 수급보고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한 뒤 추적과 잠복을 통해 제조장과 판매 주유소에 대한 증거를 수집했다.

이번에 검거된 최씨 등 핵심 가담자 6명은 구속됐고 9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손주석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석유 불법 유통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어 단속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가짜 석유는 국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대 범죄인 만큼 사명감을 갖고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