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아빠 출산휴가' 늘어난다…삼성·한화 이어 SK도 확대

SK이노·SK하이닉스, 배우자 유급휴가 '3일→10일'…"의무화 필요"

아내가 출산할 때 남편이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아빠 출산휴가'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30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회사는 29일을 기점으로 배우자 출산 휴가일수를 기존 3일 유급, 2일 무급을 합한 최대 5일에서 최대 10일 유급 휴가로 확대했다.

이는 올해 단체협약 교섭에서 노사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 사항) 조사 결과에 따라 적극 추진된 휴가 제도로 임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이달 4일을 시작으로 '아빠 출산휴가'를 3일에서 10일로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둘째를 낳으면 15일, 셋째를 낳으면 20일을 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쌍둥이를 포함해 다태아를 출산한 경우에는 20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출산일 30일 이내 사용해야 했던 규정도 출산 3일 전부터 90일 이내로 완화됐으며 두 차례로 나눠서 사용할 수도 있게 됐다.이밖에 SK텔레콤은 이미 지난해부터 배우자 출산 휴가를 10일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아내가 쌍둥이를 출산한 경우 배우자 유급휴가를 기존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사원협의회에서 합의해 시행하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 또한 이르면 지난달부터 아빠 출산휴가 1개월 사용을 의무화했다.가장 먼저 제도를 도입한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인 ㈜한화의 경우 현재까지 전체 남성 직원 4천300여명 가운데 20여명이 이 제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업들은 노동자가 배우자 출산을 이유로 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3일 이상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이 외에도 추가로 2일을 청구할 수 있으나 급여 지급은 의무사항이 아니며 노동자가 휴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휴가를 줄 필요가 없다.

이달 17일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배우자 출산휴가를 3일에서 10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처리했으나, 전체회의가 무산되면서 법안 통과는 발목이 잡힌 상태다.

삼성, 한화, SK는 이에 앞서 선제적으로 10일 이상의 휴가를 도입한 사례지만, 아빠 출산휴가를 의무화한 기업은 한화그룹 외에는 롯데그룹 정도가 전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배우자 출산휴가로 한 달을 쓰겠다고 하면 부서 내에서 눈치가 보이니 이를 의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아빠 출산휴가'를 5일 유급으로 주고 있고, LG전자, 효성과 DB그룹 등 대기업 외에 중소·중견 기업들도 3일 유급휴가를 주고 있으나 사용은 직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2017년 기준)'에 따르면 배우자 출산휴가에 대한 전체 사업체의 인지도는 72.4%였고, 활용도는 4.1%였다.

그중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55.2%로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이 제도를 활용한 반면 5∼9인 사업체에서는 1.4%에 불과한 노동자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활용했다.

이밖에 10∼29인, 30∼99인, 100∼299인 사업체에서도 각각 활용도가 4.8%, 12.8%, 31.6%에 불과했으며 기업 규모별로 두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사내 제도 미도입'이 83.0%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고, 동료 및 관리자 업무 가중이 15.3%로 뒤를 이었다.

300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한 모든 사업체는 노동자가 휴가를 청구했는데도 휴가를 주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지만,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쓸 수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다.약 200인 규모의 중소기업 재직자 A(28)씨는 "제도가 있더라도 연차 휴가도 눈치가 보여 잘 못 쓰는데 출산휴가를 쓸 수가 있겠냐"면서 "회사도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러한 짧은 휴가조차 장려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