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미사일 발사에 제재카드로 경고음?…수위는 조절

재무부, 北군수공업부 소속 1명 제재
폼페이오, 실무협상 기대하며 제재유지 입장도 동시발신

미국이 북미 실무협상을 추진중인 가운데 북한 군수공업부 소속 인사 1명을 29일(현지시간) 제재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베트남에서 외화벌이를 해온 북한 노동당 산하 군수공업부 소속 김수일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김수일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위반했고,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제재대상 추가는 가끔 이뤄지는 일이지만, 이번 조치가 한국시간 지난 25일 이뤄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닷새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대북 경고성 메시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선 나온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그간 미국측 반응 등을 볼 때 미국은 북한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압박보다는 대화에 여전히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제재는 버락 오마바 대통령 시절인 2015년 1월 발표된 대통령 행정명령 13687호에 근거한 것으로서,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법인 등이 아닌 사람에 대한 제재로는 작년 10월 북한 외교관 1명을 제재한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작년 12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정권 핵심 인사 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는데, 당시는 미사일이 아닌 인권유린과 관련한 제재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제재가 "워싱턴과 평양 간 협상이 교착상태인 와중에 미사일 실험에 대한 미국의 비난에 뒤이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나름 수위 조절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우선 이번 제재 대상은 고위 인사가 아니라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개인 1명이다. 또 재무부는 이번 조치를 추가 제재나 신규 제재가 아닌 '기존 제재'의 이행 차원이라고 표현했다.

북미 정상 간 2차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이던 지난 5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도가 나온 당일 곧바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했다고 발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과도 사뭇 다른 분위기다.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이후 양측 간 실무협상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경고의 목소리를 적당히 내면서도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이코노믹 클럽' 주관 행사에서도 "우리는 '큐빅 퍼즐'(Rubik's Cube)을 풀 수 있도록 실무협상이 곧(very soon) 다시 시작하길 희망한다"며 북측을 향해 실무협상 재개와 '창의적인 해법'을 거듭 주문했다.

다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결단과 협상 재개 없이는 대북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 역시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제재 해제 문제와 관련해 "이것들은 미국의 제재가 아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로, 모든 나라가 가하는 국제적인 제재들이다. 우리는 우리가 이들 제재 집행을 위한 청지기라는 걸 유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