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정신차리고 보니 복부 지방 한가득?…한국 남성이 뚱뚱해지는 이유

부산365mc병원 박윤찬 대표병원장
한국인 비만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남성의 건강관리에 더 적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8년 연말 발표한 ‘2017년 건강검진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비만율은 36.9%였다. 특히 성별별로는 남성비만율이 44%, 여성비만율은 28.9%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30대 남성의 비만율이 49%로 가장 높았다. 30대 남성 2명 중 1명은 비만하다는 것이다. 다만 비만 여성에 비해 사회적 시선이 관대하고, 남성 자신도 ‘좀 살이 쪄도 어쩔 수 없지’하고 방치하는 게 사실이다.

사실, 비만클리닉 의사로서 바라본 한국 남성은 비만해지기 좋은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운동모임 등으로 건강관리에 나서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해져보자. 이는 소수다. 오히려 세 살 버릇이 여든 가듯, 어릴 때의 살찌는 습관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유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다수 한국 남자 아이들의 취미는 ‘게임’이다. 10대 무렵 하루 종일 학업에 시달리다가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일상적인 모습이다. 맞벌이에 나서는 부모님이 있다면 비만해질 확률이 더 높아진다. 점심식사는 급식으로 대체하더라도, 오후에는 영양가는 적지만 칼로리는 높은 식단으로 끼니를 때우기 십상이다. 이런 습관이 밴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을 즐긴 뒤, 2차로 술을 마시러 가는 게 익숙하다. 운동은 딱히 하지 않는다. 퇴근해서 집에서 지친 몸을 달래기 바쁘다. 활동량이 극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혼자 생활하게 될 경우 건강에는 더욱 적신호가 켜진다. 어른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독이 된다. 매일 외식, 배달음식으로 식사하다보면 어느새 배가 불룩해져 있다.

특히 남성이 ‘혼밥’을 하는 경우 여성보다 살이 더 쉽게 찌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대 일산병원과 인제대 일산백병원 연구팀이 19세 이상 성인남녀 7725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2번 이상 혼자 식사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복부비만이 될 위험은 45%, 대사증후군이 생길 위험은 64% 더 컸다. 반면 여성은 혼밥족이든 그렇지 않든 비만이 될 위험은 비교적 비슷했다. 이처럼 생활패턴 특성상 남성들이 살이 찌기 쉬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과거보다 줄어든 활동량, 고지방 식단 등이 문제가 된다. ‘남자가 무슨 다이어트’라며 포기할 일이 아니다. 남성 비만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건강문제가 무척 많다. 통풍, 당뇨병, 심혈관질환, 성기능장애 등 크고작은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남성은 여성보다 다이어트에 수월하다는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기초대사량이 여성에 비해 높아 조금만 관리해도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는 게 최대 장점이다.

첫 시작은 야식을 끊는 것이다. 세끼 먹고 싶은 대로 먹더라도 늦은 시간 먹는 것을 줄이면 다음날 얼굴이 붓는 정도가 다르다. 또 매 끼니 식사 전에 한 잔의 물을 마시자. 위가 채워지면서 결과적으로 더 적은 음식을 먹게 된다. 이럴 경우 한 주 동안 적어도 1400칼로리는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활동량도 늘려야 한다. 흡연자는 담배를 피운 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는 게 좋다. 또 스마트폰의 걸음수 측정기를 적극 활용해 하루의 목표를 설정하고 해당 걸음수 만큼 채운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좋다. 걷기는 당뇨병과 뇌졸중의 발병 확률을 낮출 뿐만 아니라 성기능 및 뇌기능까지 높여준다. 하루에 만보씩 매일 걸을 경우 적어도 3500 칼로리를 줄일 수 있다.

식욕 통제가 되지 않거나, 보다 빠른 사이즈 감소를 원한다면 비만클리닉을 찾는 게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가의 코칭에 따라 힘든 다이어트를 보다 빠르고 건강하게 이어나갈 수 있다. 점심시간 짬을 내 근처의 비만클리닉에서 관리받는 남성도 적잖다. 상황에 따라 지방흡입, 행동수정요법, 비만주사요법 등을 시행하게 된다. 무엇보다 남성형 비만 특성상 복부비만으로 인한 건강관리까지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