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휴가…"얼굴도 모르는 노동자 대표가 연차대체 합의"

직장갑질119, '휴가 갑질' 사례 공개…사용자 가족이 노동자 대표로 둔갑도
직장인 A씨는 회사에 연차휴가를 신청했지만 이미 쓴 연차와 국가 공휴일을 포함해 연차 한도가 초과했다며 승인이 나지 않았다.회사 측은 근로자 대표와 공휴일에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는 것으로 갈음하는 '연차유급휴가 대체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해 연차가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A씨의 요구에도 근로자 대표가 누구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연차대체 합의서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최혜인 노무사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노동자 대표라도 연차유급휴가 대체에 서면 합의했다면 합의가 유효해 사실상 휴가가 없어지게 된다"며 "노동자 대표의 권한은 많지만, 대표 선출 방법과 시기, 활동내용 등의 규정이 없어 일부 기업은 사용자 가족을 노동자 대표로 세우는 등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직장갑질119는 30일 A씨 사례처럼 직장에서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각종 갑질 사례들을 공개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휴가를 원하는 때 가지 못하게 하거나 3일 이상 연차를 쓰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었다.

근로계약서에 연차 수당을 연봉에 포함한다는 문구를 넣고 유급휴가를 주지 않거나 부모상을 당해 휴가를 내자 연차휴가로 대체하기도 했다.휴일에 일하게 하고 대체 휴가를 주지 않거나 휴가를 다녀오면 괴롭히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에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으면 노동자가 청구한 시기에 연차유급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를 거부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연차유급휴가 수당을 연봉에 포함해 지급한다며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